노동의 새벽(박노해) 노동의 새벽(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를 붓는다아이러다간 오래 못가지이러다간 끝내 못가지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3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3
향수(정지용) 향수(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3
광야(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3
태백산맥(정희성) 태백산맥 눈이 내린다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1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어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그 몸에 엎으러져 개개 풀린 늦잠을 자고 더부룩한 수염발로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11
버스정류장에 가다 나는 오늘도 버스정류장에 간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본다 버스는 가고 가고 또 가고 사람들은 타고 타고 또 타고 사람들은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나는 우두커니 서서 가고 가고 또 가는 버스를 바라본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오.. 일상/일상시 2016.07.11
강진만 억새꽃 (박형봉) 강진만 억새꽃 천형의 가시 유배지에서 나는 너를 만나고 피울음마저 지쳐 바다는 벌거숭이 곧은 몸뚱이 바람이 흔들려 세파(世波)에 파르르 떤다해도 내 그리움 가득한 창가에 서면 너는 언제나 따뜻한 휴머니스트 뱃고동 소리 자욱한 강진만엔 노을마저 들꽃처럼 아름다워 또다시 피울..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07
기도(맥스 어만) 기도(맥스 어만) 내 할 일은 날마다 내 스스로 하게끔 하여 주시고 때로 캄캄한 절망에 사로잡힐 때면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 나에게 위안을 주던 그 힘을 떠올리게 하소서 어린 시절 고요한 강가에서 꿈꾸던 그 화사한 날들을 그려보게 하소서 그때 난 신께 약속했었죠 나의 열정은 뜨거..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07
만일(루디야드 키플링) 만일(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