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강진만 억새꽃 (박형봉)

기독항해자 2016. 7. 7. 07:46

강진만 억새꽃 


천형의 가시

유배지에서 나는 너를 만나고

피울음마저 지쳐 바다는 벌거숭이

곧은 몸뚱이 바람이 흔들려

세파(世波)에 파르르 떤다해도

내 그리움 가득한 창가에 서면

너는 언제나 따뜻한 휴머니스트

뱃고동 소리 자욱한 강진만엔

노을마저 들꽃처럼 아름다워

또다시 피울음이 몰려온다 해도

나는 자유를 향하여

너는 그리움을 향하여

고개를 든 채로

찾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애연(哀然)이 미망(迷妄)을 떨굴 때

어디선가 날아온 고니 한 마리

우아하게 춤을 추며

비로소 고단한 날개짓을 멈추고

억새 

너와 나는 또다시 삶에 둥지를 틀며

노을진 강진만에서

희망을 경작(耕作)하며

드높은 하늘로의 비상(飛翔)을 꿈꾼다.


박형봉, 자네, 길 떠나는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