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억새꽃
천형의 가시
유배지에서 나는 너를 만나고
피울음마저 지쳐 바다는 벌거숭이
곧은 몸뚱이 바람이 흔들려
세파(世波)에 파르르 떤다해도
내 그리움 가득한 창가에 서면
너는 언제나 따뜻한 휴머니스트
뱃고동 소리 자욱한 강진만엔
노을마저 들꽃처럼 아름다워
또다시 피울음이 몰려온다 해도
나는 자유를 향하여
너는 그리움을 향하여
고개를 든 채로
찾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애연(哀然)이 미망(迷妄)을 떨굴 때
어디선가 날아온 고니 한 마리
우아하게 춤을 추며
비로소 고단한 날개짓을 멈추고
억새
너와 나는 또다시 삶에 둥지를 틀며
노을진 강진만에서
희망을 경작(耕作)하며
드높은 하늘로의 비상(飛翔)을 꿈꾼다.
박형봉, 자네, 길 떠나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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