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태백산맥(정희성)

기독항해자 2016. 7. 11. 07:25

태백산맥


눈이 내린다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