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광야(이육사)

기독항해자 2016. 7. 13. 06:56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