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91

우리 집

우리 집은 산사는 아니지만 고요하다 집앞으로는 34번 국도가 지나간다. 차들이 많이 다닌다. 집에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동네는 성안이라 맘대로 수리할 수가 없다. 우리 집은 창룡문 쪽 세번째 집이다. 이 집에서는 연무대, 연무정, 동북공심돈이 보인다. 한 때는 아이들이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도 들린 적이 있다. 요사이는 코로나 19로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주말이면 부모들이 삼삼오오 연날리기를 한다. 연날리기가 장관이다. 우리 집은 남향 집이다. 남쪽 창을 열면 과거가 고스란히 보인다. 우리 앞집 아버지는 때만 되면 집을 수리하나 바쁘다. 수리하고 나면 그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밭들이 옹기종기 있다. 다 주인 있을 테지만 관리하는 밭도 있고, 관리받지 못하는 밭도 있다..

일상/일상시 2021.04.14

뜻밖의 장송곡

오늘 아침 동태국을 만나게 먹었다. 동태가 어디서 왔을까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불현듯 동태대가리를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태의 죽엄이 나의 삶이구나 나의 삶이 동태의 죽엄이구나 동태는 얼마나 많은 죽엄을 먹고 살았을까? 크고 작은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고 살아겠구나? 그 큰 동태가 어부의 그물에 걸려 생을 끝냈네 아무도 동태를 슬퍼해주는 사람이 없네 얼마나 받을 지 그게 궁금, 동태의 죽음은 간데 없네 오늘 아침 밤상에 올라서야 본연의 동태의 죽음을 맞이 했네 동태의 죽엄에는 수 많은 물고기들이 같이 있네 플랑크톤, 작은 물고기, 보다 큰 물고기 나는 한 번도 그들의 죽음을 슬퍼해본 적이 없네 네 속에 오바이트가 올라오네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나는 동태를 먹은 건가 수 많은 물고기들을 먹은..

일상/일상시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