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시

우리 집

기독항해자 2021. 4. 14. 10:07

우리 집은 산사는 아니지만 고요하다

집앞으로는 34번 국도가 지나간다.

차들이 많이 다닌다.

집에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동네는 성안이라 맘대로 수리할 수가 없다.

우리 집은 창룡문 쪽 세번째 집이다.

이 집에서는 연무대, 연무정, 동북공심돈이 보인다.

 

한 때는 아이들이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도 들린 적이 있다.

요사이는 코로나 19로 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주말이면 부모들이 삼삼오오 연날리기를 한다.

연날리기가 장관이다.

 

우리 집은 남향 집이다.

남쪽 창을 열면 과거가 고스란히 보인다.

우리 앞집 아버지는 때만 되면 집을 수리하나 바쁘다.

수리하고 나면 그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밭들이 옹기종기 있다.

다 주인 있을 테지만 관리하는 밭도 있고, 관리받지 못하는 밭도 있다.

나도 한 때는 친구네 밭을 관리했는데 벌레들에게 다 내어주고 포기를 했다.

주인이 이제 세 번째 바뀌는 것도 같다.

주인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다.

밭은 풀밭이 되었다.

나는 잡초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에게 밀려 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버려두면 그들은 주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또 다른 주인에게 양보하겠지

 

몇 그루의 앵두나무가 있다.

앵무 열매를 따 먹어야 할 지 말 지 망설여진다.

산성비가 하두 심해서,

토양 오염이 하두 심해서,

앞집 아저씨네 대추나무가 참스럽게 열렸다.

어느 해 태풍에 가지가 절단이 났다.

그래도 아저씨는 대추나무를 살려냈다.

대추나무는 올해도 대추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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