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24

감사의 식탁

나는 식사 때마다 제대로 감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마다 처음 수고한 이들을 생각한다 처음 얼마나 힘들게 생산을 했을까 생각하며 그들의 수고에 감사한다 오늘 점심에는 곡물이 올라왔다 곡물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농부의 수고에 감사했다 호박이 올라왔다 호박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농부의 수고에 감사했다 통태와 무우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어부와 농부의 수고에 감사했다 어린 깻잎 나물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수고한 농부의 수고에 감사했다 식탁을 차려준 아내의 수고에 감사했다 이 모든 것을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풍성한 감사의 식탁이다

일상/일상시 2021.04.19

당연한 건 없네

나는 오늘 점심에 쇠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한 번도 소에 대해 감사한 적이 없다 소를 먹으면서 소에 대해 감사하지 않다니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인생이다 소의 희생으로 나는 만난 음식을 먹는다 앞으로 나는 소를 먹을 때마다 소에 대해 감사해야지 그리고 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지 나는 곡물을 먹을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먹는다 그게 어떤 과정을 거쳐 내 밥상에 올라왔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한 해 동안의 농부의 수고와 도정 과정을 거쳐 마트에 올라오기까지 트럭운전사의 노고와 택배 아저씨의 수고로 나는 오늘도 만난 음식을 먹는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얼마나 많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는데 나는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돈으로 해결했기 때..

일상/일상시 2021.04.18

박각시나방

나는 종종 늦가을이 되면 앞집 화단에 벌새 비슷한 날짐승이 날아드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인터넷 검색창을 뒤적 거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사진을 퍼 오려니 막아 버렸네 아쉽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그 날짐승의 이름을 알았다 그것도 곤충이라는 것 그것도 나방이라는 것 그 이름은 박각시 김춘수씨가 꽃에서 그 말을 했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박각시라고 불러본다 박가시 벌새가 아니다 벌새는 우리 나라에선 볼 수 없다 멀리 중남미까지 날아가야만 볼 수 있는 새다 나중에 만나면 박각시라고 불러줄게!

일상/일상시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