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엘리에게 말하되 나는 진중에서 나온 자라 내가 오늘 진중에서 도망하여 왔나이다 엘리가 이르되 내 아들아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
소식을 전하는 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도망하였고 백성 중에는 큰 살륙이 있었고 당신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하였고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나이다
하나님의 궤를 말할 때에 엘리가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으니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더라
우리는 여기서 한 사람의 비극적인 죽음을 보게 됩니다.
바로 엘리의 죽음입니다.
진중에서 나온 사람은 전령이 아니라 도망병이었습니다.
전쟁에서 도망친 병사는 즉결처분을 받아 사형입니다.
이 사람은 영웅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소심한 겁장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갑자기 영웅이 되었습니다.
도망병은 엘리 앞에 불려 왔습니다.
살겠다고 도망쳐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만 도망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엘리에게 첫번째로 말한 것은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도망하였고"입니다.
나만 도망한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도망하였습니다.
10절을 보겠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쳤더니 이스라엘이 패하여 각기 장막으로 도망하였고 살륙이 심히 커서 이스라엘 보명의 엎들러진 자가 삼만 명이었으며
이 병사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총사령관이 없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이웃 나라는 왕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총사령관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군대를 지휘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 총사령관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사무엘에게 왕정을 요구하는 청원으로 이어집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을 완전히 정복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적당히 손 보아 주는 것입니다.
블레셋에게는 이스라엘이 농사를 한 수확물이 필요했습니다.
블레셋은 자신들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빼앗으면 될 뿐입니다.
이스라엘이 살고 있는 지역은 산악지대입니다.
살기에 불편할 뿐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바다를 무대로 상업과 해적질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게 훨씬 유리하였습니다.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블레셋은 내륙의 적들로부터 안전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적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블레셋은 전리품인 하나님의 궤를 가지고 그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로 돌아갔습니다.
도망병은 가장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들들이 죽었다는 소식보다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소식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엘리는 이 소식을 듣자, 자기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었습니다.
엘리의 죽음은 비극적인 죽음입니다.
그런데 엘리는 제사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사였다라고 말합니다.
사사는 전국적인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사에게는 합법적인 정통성이 없었습니다.
선출직도 아니고, 세습직도 아닙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사사로 세워지게 됩니다.
선지자와 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부르심은 지극히 주관적인 체험일 뿐입니다.
사사는 이스라엘이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부르짖을 때 보내시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사는 일종의 구원자였습니다.
사사들의 면면을 보면, 제대로 된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평상시라면 이들은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던 무시와 냉대를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고귀한 가문의 사람도 아니고 학식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이게 하나님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어쨌든 엘리는 사사였습니다.
엘리는 당연히 앞장서서 나가 싸워야 하는 책무가 있었습니다.
군대를 지휘할 책임이 그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엘리가 자기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군대는 나가 싸우고 있는데, 마땅히 총사령관이 되어 군대를 지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엘리가 기도한 것도 아닙니다.
성경기자는 엘리가 군대와 함께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줍니다.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
엘리는 나이가 많았습니다.
구십 팔세나 되었습니다.
눈도 어두웠습니다.
그러니 군대와 함께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엘리가 비대했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키도 줄고 살도 빠져서 왜소하게 됩니다.
그런데 엘리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비대해진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뜻입니다.
엘리는 제사장으로 사사로 부귀영화를 다 누렸습니다.
엘리는 제사장이자 사사였지만 영적으로 가난뱅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엘리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권리는 누렸지만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엘리는 아버지로서 아들들이 모범이 되지 못했습니다.
엘리는 제사장이자 사사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엘리는 불명예스럽게 죽었습니다.
명예스러운 죽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명예스러운 죽음도 있습니다.
엘리가 군대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 죽었다면 그의 죽음은 명예로운 죽음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궤가 전쟁터에 나갈 때, 그는 아들들만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다가 결국에는 불명예스럽게 죽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엘리의 비극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