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웨인 다이어의 노자 읽기(웨인 다이어, 신종윤, 나무생각, 2010), 2012년 10월에 읽음
1. 신비로운 삶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도는 이름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이름 없는 것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
욕심이 없으면 신비로움을 볼 수 있고 욕심이 있으면 눈에 보이는 것만 보인다. 그 신비로움은 모든 이해로 향한 문이다.
2. 모순된 조화를 따르는 삶
세상 모두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추함이 있기 때문이다. 착한 것을 착하다고 아는 것은 착하지 않음이 있기 때문이다.
있고 없음은 서로를 만들어낸다. 어려움은 쉬움 속에서 태어난다. 긴 것은 짧은 것으로 인해 정해지고 높은 것은 낮은 것으로 인해 결정된다. 앞과 뒤는 서로 함께 한다.
그래서 성인은 드러나는 이원성과 모순된 조화에 마음을 열고 산다. 성인은 노력하지 않음으로 행하고 말하지 않고 가르친다. 일하되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겨루지만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일은 끝나면 잊힌다. 이것이 영원히 지속되는 이유이다.
3. 만족하는 삶
지위를 귀하게 떠받들면 경쟁이 생길 것이다. 재물을 중요하게 여기면 사람들은 도둑질을 할 것이다. 탐낼 만한 것을 보이지 않아야 백성들의 마음이 어지럽지 않다.
성인이 다스릴 때는 백성의 마음과 가슴을 비우게 하고 뜻을 약하게 하며, 뼈를 강하게 한다.
노력하지 않음으로 행하라. 행함이 순수하고 사라지면 모든 것이 완전한 제자리를 찾는다.
4. 무한한 삶
도는 비어 있지만 다함이 없고 끝없이 깊으며 모든 것의 근원이다.
도 안에서 날카로운 경계는 무뎌지고 얽힌 매듭은 풀어진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 부드러워지고 티끌은 하나로 뭉치게 된다.
도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한다. 나는 누가 그것을 태어나게 했는지 알지 못한다. 도는 모두의 공통된 원형이요 만물의 아버지다.
5. 치우치지 않는 삶
하늘과 땅은 치우침이 없어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성인도 이처럼 치우침이 없어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성인은 하늘과 땅 같아서 누구도 유별나게 귀하게 여기지 않고 어떤 사람도 꺼리지 않는다. 성인은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보물을 누구에게나 주고 또 준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풀무와 같은 공간이 있어서 비어 있으되 다함이 없다. 이는 쓸수록 더 많이 생긴다.
중심을 지켜라. 사람은 고요히 앉아 내면의 진실을 찾는 존재이다.
6. 창조적인 삶
결코 사라지지 않는 정신을 신비의 여인이라 부른다. 신비의 여인은 세상의 전부가 된다 할지라도 그 완전한 순결을 잃지 않는다. 그녀가 비록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해도 진정한 본질은 고스란히 남는다.
신비한 여인에 이르는 문은 창조의 근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라. 창조를 통해 메아리치는 그 소리를 들으라. 그녀는 반드시 존재를 드러내고 우리를 우리의 완전함으로 인도한다. 그것은 비록 보이지 않지만 지속되고 결코 끝나지 않는다.
7. 에고 너머의 삶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하늘과 땅이 영원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늘과 땅이 영원할 수 있는 비결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뒤에 세움으로써 결국 앞에 서고 자신을 돌보지 않기에 오히려 보호받는다.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면 당신이 필요한 것을 얻을 것이다. 자신을 버림으로써 성취를 이룬다.
8. 흐름을 따르는 삶
최고의 선은 물과 같아서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기른다. 물은 모든 이가 꺼리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사물의 본성에 따라 살라, 땅을 가까이하여 살라. 마음을 헤아릴 때는 마음 깊숙이 들어가라. 사람을 대할 때는 온화하고 친절하게 하라. 말한 바를 지켜라. 공평하게 다스려라. 거동함에 있어서는 때를 잘 살펴라.
9. 겸허한 삶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다.
칼을 너무 날카롭게 벼리면 쉽게 무뎌진다. 금과 옥으로 집을 가득 채우면 불안함이 밀려온다. 교만과 자만이 가득하면 자신을 벼랑에서 구해 줄 이 아무도 없다.
일을 다 하였으면 물러나는 것이 바로 하늘의 길이다.
10. 하나 되는 삶
몸과 정신을 하나로 감싸 안고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기운을 부드럽게 하여 갓난아이처럼 될 수 있는가? 하늘의 문을 열고 닫음에 있어 여인과 갈을 수 있는가?
자만심 없이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가?
생명을 낳고 기르되 가지려 하지 말고 일을 하되 공을 인정받으려 말고 이끌되 조정하고 지배하지 말라.
이러한 힘을 마음에 새긴 사람이 이 땅에 도를 가져온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덕이다.
11. 비움으로 사는 삶
하나의 바퀴 통에 서른 개의 바퀴살이 모이는데 그 가운데에 빈 구멍이 있으므로 수레의 쓸모가 생겨난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에 빈 공간이 있으므로 그릇의 쓸모가 생겨난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으로 방의 쓸모가 생겨난다.
있음의 유용함은 없음에 달려 있다.
12. 내면의 신념에 따른 삶
다섯 가지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다섯 가지 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한다.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맛을 잃게 한다. 말 달리고 사냥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든다.
얻기 힘든 재물을 위해 애쓰는 것은 성장을 가로막을 뿐이다.
성인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내면의 눈을 믿는다. 그는 만물이 오고 가도록 내버려둔다. 그는 드러나는 것이 아닌 내면의 것을 취한다.
13. 독립된 마음으로 사는 삶
칭찬을 들어도 욕을 들어도 모두 경계하라. 높은 자리는 사람을 상하게 한다.
왜 칭찬을 들어도, 욕을 들어도 모두 경계하라는 것인가? 칭찬을 구하는 것은 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얻어도 경계하고 그것을 잃어도 경계하라.
높은 지위는 왜 사람을 상하게 하는가? 우리가 많은 문제를 겪는 것은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자아가 없다면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사람의 참 자아는 영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육신이 전부인 양 생각하고 곧 죽을 것이라 믿는다. 만약 우리에게 육신이 없다면 어떤 재앙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자신을 만물과 똑같이 보는 사람은 가히 세상을 맡을 수 있다. 자신을 만민과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은 천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14. 외형 너머의 삶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夷라 하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희希라 하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미微라 한다. 이 세 가지는 나누어 정의할 수 없는데, 본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오직 직관에 의해서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 잡히지 않는 것은 하나로서 존재한다.
위라고 해서 더 밝지 않고 아래라고 해서 더 어둡지 않다. 그것은 계속 이어지고, 이름 지을 수 없으며 결국 없음으로 돌아간다.
앞에서 맞이하면 머리가 보이지 않고 뒤에서 따라가면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온전히 그것이 될 수는 있다.
만물이 항상 그렇게 존재해 왔는지를 알면 도와 조화를 이룬 삶을 살 수 있다.
15. 서두르지 않는 삶
도를 행한 옛 사람은 생각이 깊고 오묘해서 그들의 지혜는 깊이를 알 수가 없다. 깊이를 알 수 없으니 그들을 막연하게만 묘사할 수 있다.
신중하기를 겨울에 강을 건너듯이 하고 조심하기를 위험을 살피는 사람처럼 한다. 통나무처럼 소박하고 동굴처럼 텅 비어 있고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유연하고 흙탕물처럼 흐리다.
그러나 흐린 물도 고요하면 맑아지기 마련, 그 고요함에서 생명이 솟아오른다.
도를 행하는 사람은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채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숨은 새싹처럼 남아 있을 수 있고, 빨리 무르익으려고 서두르지 않는다.
16. 한결같은 삶
완전히 비워라.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 세상 일의 혼잡함 속에서 끝이 어떻게 다시 시작이 되는지 보라.
만물이 무성하게 뻗어나가는 것은 결국 근원으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그 현재와 미래로.
뿌리로 돌아감은 고요를 찾음이고, 고요를 찾음은 제 명을 사는 것이다. 제 명을 사는 것은 언제나 한결같음이다. 한결같음을 아는 것은 통찰이라 한다. 이 순환을 알지 못하면 영원한 재앙에 이르게 된다.
한결같음을 알며 너그러워지고 너그러워지면 치우침이 없다. 치우침이 없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고귀함이고 신성함이다.
신성해짐으로써 도와 하나가 될 것이다. 도와 하나가 되는 것은 영원함이다. 이것은 영원히 지속되어 육신이 다하는 날까지 위태롭지 않다.
17. 현명한 지도자의 삶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겨우 아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칭찬하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다.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경멸하고 무시하는 지도자다.
지도자가 사람들을 믿지 않으면 사람들 또한 지도자를 믿지 않는다.
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적게 하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하며 일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일이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 모두를 우리 스스로 해냈다.”라고 말한다.
18. 규칙이 없는 삶
대도가 있을 때 행동은 그 마음으로부터 나오고 대도가 없을 때 행동은 인과 의로부터 나온다.
만약 인과 의가로 필요하거나 지금 덕이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덕이 없다는 신호다. 따라는 우리는 위선에 직면한다.
가족관계가 조화롭지 못하면 효도나 자애가 나서는 것이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충신이 나타나고 애국심이 생기게 된다.
19. 집착하지 않는 삶
성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지혜로움을 버려라. 그러면 모든 사람에게 백배는 이로울 것이다. 인과 의를 버려라. 사람들이 저절로 효성과 자애를 되찾을 것이다. 기교와 그로 인한 이익을 끊어버려라. 도적이 사라질 것이다.
이 모두는 그저 껍데기일 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므로 간소함을 보고, 진정한 본성을 깨닫고,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20. 애쓰지 않는 삶
배우기를 멈추면 모든 근심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예’와 ‘아니오’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과 ‘악’의 차이는 또 무엇인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 풍요로움 속에서 황폐함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천지가 빛으로 가득할 때 어둠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봄이 오면 어떤 이는 공원에 가고 언덕에 오른다. 그러나 나는 홀로 떠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마치 아직 미소 짓는 법을 배우지 못한 갓난아이처럼 나는 홀로 갈 곳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많이 갖고 있고 나만 홀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보인다. 그 순수한 간결함에 있어 내 마음은 참으로 무지한 자의 그것과 같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저 손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 해내려고 달려들 때 나는 그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인다. 적게 벌어, 적게 쓰니 나만 홀로 어리석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명성을 얻기 위해 애쓰고 나는 혼자 남겨지길 택해서 세상의 주목을 피한다. 참으로 나는 어리석어 보인다. 욕심을 버리니 근심도 사라진다.
나를 큰 바다의 파도처럼 떠돌고 목적 없는 바람처럼 불어댄다.
모든 사람이 알맞은 장소에 자리를 잡는데 나만 홀로 고집스레 경계 밖에 머문다. 그러나 내가 뭇사람과 가장 다른 것은 나 홀로 위대한 어머니가 우리를 먹이는 것을 아는 데 있다.
21. 오묘한 모순의 삶
위대한 덕은 오직 도를 따르는 것이다.
도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만질 수도 없다. 형체가 없고 만질 수 없음에도 형상을 이루어낸다. 어둡고 흐릿하지만 정신이고 본질이며 만물의 살아 있는 숨결이다.
세월이 흘러도 만물의 처음을 일깨우기 위해 그 이름은 유지되었다. 내가 어떻게 만물의 시원을 알 수 있을까? 나는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본다.
22. 유연한 삶
유연하면 부러지지 않고 구부러지면 다시 펴진다. 비우면 채워지고 낡으면 다시 새로워진다.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된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하나됨을 끌어안는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의 빛을 볼 수 있고 스스로 옳다고 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는다. 스스로 누구인지 모르기에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자신들을 보고 마음 속에 품은 목적이 없기에 하는 일마다 이루어진다.
옛 사람이 유연하면 깨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참으로 옳다. 진실로 온전함을 이루면 모든 것이 자신에게 귀결된다.
23. 자연스러운 삶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매서운 바람도 아침 내내 불지 않는다. 억수 같은 비도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 누가 이를 행하는가? 바로 하늘과 땅이다.
매서운 바람, 억수 같은 비는 과정되고 강요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하늘과 땅도 오래 지속될 수가 없는데 사람이 하는 일은 오죽하겠는가?
도를 따르는 사람은 도와 하나가 되고 덕을 따르는 사람은 덕과 하나가 된다. 도와 덕에서 멀어진 사람은 실패와 하나가 된다.
만약 도에 순응하면 그 힘이 당신을 통해 흐르고 당신의 행동은 자연의 그것이 될 것이다. 당신의 길이 곧 하늘의 길이다.
도에게 자신을 열라. 그리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믿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24. 넘치지 않는 삶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서 있을 수 없고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멀리 갈 수 없다.
과시하는 사람은 밝게 빛나지 않고 자랑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며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존경받지 못하고 뽐내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모든 행동들은 밉살스럽고 불쾌하다. 그것들은 불필요한 찌꺼기이다. 그것들은 마치 뱃속의 통증과 같고 몸속의 종양과 같다.
도의 길을 갈 때는 이런 것들을 버리고 뽑아내고 내던져야 한다.
25. 위대한 삶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에 형태가 없으면서 안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다. 홀로 서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 헤아릴 수 없이 무한하고 영원히 존재하니 천하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이름을 알지 못하며 나는 그저 도라 부른다.
이를 굳이 표현하자면 거대함이라고 하겠다. 거대하면 끝이 없고 끝이 없으면 영원히 흘러가며 영원히 흘러가면 변함없이 돌아온다.
그런 고로 도는 거대하고 하늘도 거대하고, 땅도 거대하고, 사람도 거대하다.
사람을 알기 위해 땅을 알고 땅을 알기 위해 하늘을 알며 하늘을 알기 위해 도를 알고 도를 알기 위해 자기 안의 그 거대함을 안다.
26. 평온한 삶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주인이다.
이를 깨달아 성인은 모든 행동을 함에 있어 침착하고 집중한다. 화려한 생활 속에 있을지라도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어찌 나라의 군주가 어리석고 경솔할 수 있겠는가? 자신을 바람에 흔들리게 내버려두면 그 근본을 잃게 되고 침착하지 못하면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
27. 내면의 빛을 따르는 삶
진리를 아는 사람은 길을 갈 때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말을 할 때 상처를 주지 않으면 줄 때 계산하지 않는다. 문을 닫으면 열쇠로 잠그지 않아도 열리지 않고 매듭을 묶으면 노끈이 아니어도 풀리지 않는다.
지혜를 갖고 모든 존재를 치우침 없이 도와주라. 어느 하나 포기하지 말라.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지 마라. 그를 일러 빛을 따름이라고 한다.
선한 사람은 선하지 않은 사람의 스승이며 선하지 않은 사람은 선한 사람의 과업이다. 스승을 존경하지 않고 학생을 보살피지 않으면 반드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신비이다.
28. 덕이 있는 삶
남성의 힘을 알고 여성의 배려를 간직하라. 세상의 계곡이 되라. 그리하면 변함없는 덕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고 다시 어린아이와 같아질 것이다.
흰 것을 알고 검은 것을 간직하라. 세상의 본보기가 되라. 세상의 본보기가 되는 것은 덕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며 무한함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영광을 알고 겸손함을 간직하는 사람은 영원한 힘과 조화를 이뤄 행동한다. 세상의 골까지가 되는 것은 덕이 가득한 삶을 사는 것이다.
형태 없는 것에 형태를 주면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린다. 본래의 성질을 잃지 않으면 그 무엇도 다스릴 수 있다. 진정 최고의 통치자는 가장 적게 다스린다.
29. 자연 법칙에 따르는 삶
세상을 휘어잡고 보다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것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지 않는다.
하늘 아래 만물은 신성한 그릇이어서 억지로 조정할 수가 없다. 억지로 조정하려고 하면 망칠 것이고 억지로 잡으려고 하면 잃을 것이다.
삶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도록 내버려두라. 그것 역시 완전한 그릇임을 깨달아라.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앞설 때가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때가 있고 움직일 때가 있는가 하면 물러서서 쉴 때도 있다. 기운이 넘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지쳐 쓰러질 때도 있고 안전할 때가 있는가 하면 위험에 빠질 때도 있다.
성인에게 모든 삶은 완전함으로 향하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성인은 지나친 것과 사치스러운 것 그리고 극단적인 것을 피한다.
30. 폭력 없는 삶
군주를 보좌하는 이는 무력을 써서 군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기는 흔히 사용하는 자를 형해 휘둘러지기도 한다.
군대가 머문 곳에는 거시덤불만이 자라고 큰 전쟁이 있은 후에는 땅이 저주받아 흉년이 들며 흙은 그 모성을 잃어버린다.
목적을 이룬 후에는 성공을 자랑하지 말고 능력을 뽐내지 말며 교만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전쟁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을 뉘우쳐야 한다.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정복하는 일은 생각하지도 말라. 힘으로 얻은 것은 머지않아 쇠퇴한다. 그것은 도가 아니다. 도가 아닌 것은 금새 끝나버린다.
31. 무기 없는 삶
무기는 폭력의 도구이며 바른 사람들은 모두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기는 사악함을 섬긴다. 그것은 현명한 규칙을 거부한 사람들의 도구이다. 최후의 수단으로만 무기를 사용하라. 바른 사람은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소중히 여기고 승리하더라도 그것을 미화하지 않는다.
승리를 미화하는 사람은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고 살인을 즐기는 사람은 결코 세상에서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다.
높은 본성이 나서는 것은 좋은 징조이고 낮은 본성이 나서는 것은 나쁜 징조이다.
많은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애도하고 슬퍼한다. 모든 승리는 장례식과 같다. 그러므로 전쟁에서 이기면 장례의 예를 올려야 한다.
32. 도의 완전한 선함을 따르는 삶
영원한 도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단순하고 소소하지만 이를 다스릴 자 세상에 없다.
왕과 제후가 도를 실천한다면 만물은 자연스럽게 그에 복종할 것이다. 천지가 달콤한 이슬을 내려 기뻐할 것이다. 사람들은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의 선함으로 조화를 이루어 살 것이다.
전체를 나누면 각각의 이름이 생긴다. 이름이 생겼으면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멈출 때를 알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강과 시내는 바다에서 태어났고 모든 만물은 도에서 태어났다. 마치 모든 물이 흘러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만물은 흘러 도로 돌아간다.
33. 자신을 다스리는 삶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지식이고 나를 아는 것은 지혜이다.
힘으로 다른 사람을 다스리고 진정한 강함으로 자신을 다스린다.
충분히 가졌음을 깨달은 사람이 진정한 부자다.
제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은 오래 산다. 도에 자신을 내맡긴 사람은 영원히 산다.
34. 위대한 도를 따르는 삶
대도는 막힘이 없어서 왼쪽 오른쪽 어디로든 흐른다. 모든 존재가 도에 의지해 살지만 도는 그들을 소유하지 않는다.
공을 이루되 자신을 주장하지 않고 만물을 감싸 보살피되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만물이 제집처럼 모여들지만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위대하다’고 하는 것이다.
성인은 이를 따라서 위대함을 내세우지 않기에 위대함을 이룰 수 있다.
35. 세속적인 기쁨 너머의 삶
도를 따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모여든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 그 안에서 평화와 안정, 행복을 발견한다.
좋은 음악과 맛있는 식사는 즐거움을 주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할 뿐이다. 이 세상의 것들은 도와 비교하면 얼마나 밋밋하고 지루한가!
도는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써도 다함이 없다.
36. 드러나지 않는 삶
줄이고 싶다면 확장하도록 해야 하고 약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강해지게 해야 하고 망하게 하고 싶다면 번성하도록 두어야 하고 물러가게 하고 싶다면 접근하도록 허락해야 한다.
이 가르침을 미묘한 밝음의 지혜라고 한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기고 모호함을 명백함을 넘어선다.
물고기는 깊은 물을 나가면 안 되고 나라의 무기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37. 단순한 삶
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다스리는 자가 이를 지키면 세상의 각자의 박자에 따라 저절로 변한다.
삶이 단순하면 겉치레가 사라지고 우리의 순수한 본성이 빛난다.
욕심이 없으면 고요하고 세상은 저절로 바르게 된다. 침묵이 있어야만 내면에서 우주의 중심을 발견한다.
38. 타고난 본성을 따르는 삶
덕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덕을 의식하지 않아 참된 덕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덕이 있고자 애쓰기에 참된 덕이 없다.
성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범인은 항상 무언가를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가장 높은 덕은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고 가장 높은 인은 조건 없이 베풀고 가장 높은 의는 편견 없이 바라본다.
도가 사라지면 덕이 나타나고 덕이 사라지면 인이 나타나고 인이 사라지면 의가 나타나고 의가 사라지면 예가 나타탄다. 예는 진정한 신념의 껍질에 불과하며 혼란의 시작이다.
위대한 성인은 타고난 본성을 따르고 삶의 얄팍한 일에 빠지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성인이 쭉정이가 아닌 열매에 머문다. 성인은 종잇장이 아닌 반석에 머문다. 성인은 거짓이 아닌 진실에 머문다.
39. 온전한 삶
예로부터 하나에서 비롯된 것들이 있다. 하늘은 하나여서 맑고 땅은 하나여서 단단하며 영혼은 하나여서 가득하고 만물은 하나여서 온전하며 나라는 하나여서 바르게 된다. 이 모두는 온전함의 덕 안에 있다.
사람이 도의 일에 끼어들면 하늘이 탁해지고 땅은 황폐해지며 균형은 무너지고 만물은 소멸한다. 그러므로 귀함은 겸손함에 뿌리를 두고 높음은 낮음을 근본으로 한다. 이것이 바로 높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외롭고 부족하며 보잘것없다고 하는 까닭이다.
전체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마차의 각 부분들은 소용이 없고 우주와 어울리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우주와 조화를 이루어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겸손함이다. 지나친 영광은 영광이 아니다. 옥처럼 빛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니 돌처럼 소박한 소리를 내라.
40. 되돌아감과 약함의 삶
되돌아감이 도의 움직임이고 약함은 도의 방식이다. 만물은 있음에서 태어나고 있음은 없음에서 태어난다.
41. 보이는 모습 너머의 삶
뛰어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성실하게 실천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를 들으면 일부만 간직하고 일부는 잊어버리고 못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조롱하며 비웃는다.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그것은 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이 전해진다. 밝음으로 향하는 길은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물러서는 듯하며 평탄한 길은 울퉁불퉁한 듯하다. 진정한 힘은 약한 듯하고 진정한 순수함은 탁한 듯하며 진정한 맑음은 분명하지 않은 듯하다. 위대한 예술은 정교하지 않은 듯하고 위대한 사랑은 무심한 듯하며 위대한 지혜는 철없는 듯하다.
도는 숨겨져 있고 이름도 없지만 도만이 온갖 것을 기르고 완성한다.
42. 조화로 어우러지는 삶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등에 업고 양을 품는다. 이러한 기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사람들은 부모가 없거나 먹을 것이 없거나 재산이 없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왕과 군주들은 바로 그것으로 자신들을 청했다. 잃음으로 얻기도 하고 얻음으로 잃기도 한다.
사람들이 가르치는 것을 나 또한 가르친다. 난 폭한 자는 제 명에 죽지 못한다. 이것이 내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43. 부드러운 삶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단단한 것을 이긴다. 행태 없는 것은 공간이 없는 곳으로도 들어간다. 그러기에 나는 무위의 유익함을 안다.
말 없는 가르침 움직임 없는 행함 세상에 그것을 아는 이가 거의 없구나. 그것이 성인의 길이다. 이 세상은 아낌 없이 주는데 이를 얻은 이는 참으로 드물다.
44.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삶
내 몸과 명성, 무엇이 더 귀한가? 내 몸과 재산, 무엇이 더 중요한가? 얻는 것과 잃는 것, 무엇이 더 문제인가?
사랑은 희생의 열매이고, 풍요로움은 후한 마음의 결실이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욕되지 않고 그칠 때를 아는 사람은 위태롭지 않다. 그러기에 오래 갈 수 있다.
45. 표면적인 것 너머의 삶
진정으로 완벽한 것은 모자란 듯하지만 그 쓰임에 다함이 없다. 진정으로 가득 찬 것은 빈 듯하지만 그 쓰임에 끝이 없다.
완전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빼어난 솜씨는 어리석은 듯하고 훌륭한 웅변은 어눌한 듯하고 진정한 진실은 거짓인 듯하고 위대한 논쟁은 침묵인 듯하다.
움직이면 추위가 물러가고 가만히 있으면 더위가 물러간다. 고요함과 평온함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든다.
46. 평화로운 삶
세상이 도를 따르면 전장에 있던 말이 땅을 갈기 위해 돌아오고 세상이 도를 따르지 않으면 전쟁터로 끌려간 말이 전선에서 새끼를 낳는다.
도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잃음이 없고 지나친 욕심보다 더한 재앙이 없으며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더한 비극이 없다. 가장 큰 허물은 언제나 더 많이 원하는 것이다.
만족만으로 충분하다. 만족 안에서 진정으로 영원한 환희를 찾을 수 있다.
47. 존재함으로 사는 삶
문을 나서지 않고도 세상을 알고 창을 통해 내다보지 않고도 하늘의 방식을 본다.
멀리 나갈수록 아는 것은 줄어든다.
그러므로 성인은 나가지 않고도 알고 보지 않고도 꿰뚫고 애쓰지 않고도 성취한다.
48. 덜어내는 삶
학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고 도는 하루하루 덜어내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고 무위에 이르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진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각자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둘 때 이루어진다. 간섭해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
49. 비난하지 않는 삶
성인은 고정된 마음을 갖지 않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린다.
착한 사람에게는 착하게 대하고 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역시 착하게 대한다. 존재의 본성이 착하기 때문이다.
어진 사람에게는 어질게 대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에게도 역시 어질게 대한다.
신의가 있는 사람에게는 신의로 대하고 신의가 없는 사람에게도 역시 신의로 대한다. 성인은 하늘 아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어 산다. 모든 것을 자기 자신처럼 생각하고 모든 이를 자기 아이처럼 사랑한다.
모든 사람들이 눈과 귀를 그에게로 돌리고 그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다.
50. 불멸의 존재로 사는 삶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삶을 따르는 사람이 열 중에 셋이요 죽음을 따르는 사람이 열 중에 셋이다. 그리고 태어나서 죽음으로 그저 흘러가는 사람이 또한 열 중에 셋이다.
왜 그러한가? 지나치게 삶에 매달리고 흘러가는 세상사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 중에 하나가 있어 삶을 잘 다스린다. 호랑이와 코뿔소가 그를 피하고 전쟁터의 무기도 그를 상하게 하지 못한다. 코뿔소는 그 뿔을 박을 곳이 없고 호랑이는 그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으며 적군은 그 무기로 찌를 곳이 없다.
왜 그러한가? 그가 죽음이 이를 수 없는 곳에 살기 때문이다.
본질을 이해하라. 그러면 끝남이 없는 끝을 보게 될 것이다.
51. 숨은 덕에 의한 삶
도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근원과 이어준다. 도는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완전하고 자유롭게 생겨난다. 구체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주변 환경이 이를 완성하도록 놓아둔다.
그러므로 만물은 도를 존중하고 그것의 덕을 귀하게 여긴다. 도를 숭배하고 덕을 공경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지만 만물은 항상 자연스레 그리한다.
도는 만물을 낳는다. 덕은 만물을 기리고 자라게 하고 양육하고 안식처가 되어주고 보호한다. 도는 낳으나 소유하지 않고 주지만 돌려받기를 기대하지 않으며 기르나 지배하지 않는다. 이를 일러 숨은 덕이라고 한다.
52. 어머니에 되돌아가는 삶
하늘 아래 모든 것은 공통된 시작이 있는데 그 시작이 바로 세상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를 알면 자식을 알 수 있고 자식을 알면 다시 돌아가 어머니를 받들어야 한다.
입을 다물고 감각을 붙들어라. 그러면 삶이 늘 가득하다. 입을 열고 분주하게 살라. 그러면 희망은 저 멀리에 있다.
작은 것을 보는 것은 밝음이고 부드러움을 받드는 것은 강함이다. 반짝임을 이용하여 그 빛으로 다시 돌아가고 재난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일러 영원한 빛의 배움이라 한다.
53. 부끄러움을 아는 삶
나에게 작은 지혜라도 있다면 오직 대도의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두려워하리라.
대도의 길은 아주 평탄하고 곧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샛길을 좋아한다. 이것이 정부는 타락하고 밭은 황폐하고 곳간은 텅 빈 이유이다.
화려하게 입고 날카로운 검을 차며 물리도록 먹고 마시고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으는 것은 도둑과 같아지는 것이다.
남을 희생시키는 이런 호사는 도둑이 물건을 훔치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 이는 도가 아니다.
54. 변화를 만들어내는 삶
도에 굳건히 선 사람은 쉬이 뽑히지 않고 도를 끌어안은 사람은 쉬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자손 대대로 제사가 멈추지 않는다. 도를 자신에게 실천하면 덕이 분명해지고 도를 가정에서 실천하면 덕이 넘쳐서 흐르고 도를 마을에서 실천하면 덕이 확장되며 도를 나라에서 실천하면 덕이 풍성해진다.
도는 어디에든 무엇에든 있다. 도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도를 보아야 한다. 자신으로 자신을 보고 가정으로 가정을 보고 나라로 나라를 보고 세상으로 세상을 보라. 내가 어떻게 세상이 이러한 줄을 알겠는가? 바로 나 자신의 내면을 보기 때문이다.
55. 내려놓는 삶
덕과 조화를 이룬 사람은 마치 갓난아기와 같다. 독이 있는 벌레는 쏘지 않고 사나운 맹수도 달려들지 않으며 무서운 날짐승도 덮치지 않는다. 뼈는 약하고 근육은 부드러우나 잡는 힘은 단단하다.
남녀의 교합을 알지 못하나 음경이 일어서고 정기가 가득하다.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으니 조화가 지극하다.
조화를 아는 것은 변하지 않음을 아는 것이고 변하지 않음을 아는 것은 통찰을 갖는 것이다. 도와 조화를 이룬 것은 살아남고 억지로 된 것들은 잠시 자라는 듯하나 이내 시든다. 그것은 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를 거스르는 것은 무엇이든 일찍 그친다.
56. 말없는 앎을 따르는 삶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모든 통로를 막아라! 입을 다물고 감각을 차단하라.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얽힌 것을 풀어라. 빛을 부드럽게 하고 티끌을 가라앉혀라. 이를 태초의 하나됨 또는 신비한 포옹이라고 한다.
이 신비를 아는 사람은 집착이나 싫어하는 마음에 흔들리지 않고 얻음과 잃음에 동요하지 않으며 명예와 불명예에 좌우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 저 너머에 있지만 그들의 가슴속 가장 소중한 부분을 얻는다.
이것이 사람의 가장 귀한 모습이다.
57. 권위주의를 버린 삶
위대한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도를 따르는 법을 알아야 한다. 지배하려 애쓰지 말고 고정된 계획과 개념을 놓아버려라. 그러면 세상이 저절로 다스려질 것이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 세상에 금기와 제약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날카로운 무기가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 혼란해지며 사람들이 잔꾀가 많을수록 괴상한 것들이 더욱 많아지고 법이나 명령이 요란할수록 도둑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억지로 행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저절로 바뀌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므로 사람들이 저절로 바르게 되며 내가 일을 꾸미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저절로 부유해지고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저절로 소박해진다.
58. 행운과 불운에 흔들리지 않는 삶
통치자가 자기 자신을 알면 백성들은 순박해진다. 통치자가 백성들의 삶을 간섭하면 백성들은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해진다,
화에는 복이 기대어 있고 복에는 화가 숨어 있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옳음의 기준이 있는가? 옳은 것이 변하여 이상한 것이 되니 사람이 미혹된 지가 실로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성인은 기꺼이 모범을 보이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예리하나 찌르지 않고 곧으나 분열시키지 않고 빛나나 눈부시지 않는다.
59. 절약과 절제의 삶
사람을 다스리고 자연을 섬기는 데 절약과 절제보다 나은 것이 없다.
자제함은 자신의 의도를 포기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이는 그동안 쌓은 덕에 달려 있다. 덕을 많이 쌓으면 불가능이 없고 불가능이 없으면 한계가 없으며 한계가 없으면 나라를 이끌 만하다.
이것이 바로 도에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길이며 영원한 삶과 깊은 통찰력의 비밀이다.
60. 악에 흔들리지 않는 삶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 지나치게 들쑤시면 망치기 마련이다.
도로 세상을 다스리면 악은 힘을 쓰지 못한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상하게 하는 데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인 자신도 해를 입지 않는다.군주와 그 백성들이 서로 해치지 않는다면 덕은 그 나라에 쌓일 것이다.
61. 낮은 곳에 머무르는 삶
큰 나라는 물줄기가 흘러들어오는 낮은 땅과 같다. 하늘 아래 만물이 고여 있는 저수지이고 세상의 여인이다. 여성이 언제나 남성을 이기는 것은 고요함으로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나라가 작은 나라 앞에 스스로 낮추면 우정과 신뢰를 얻고 작은 나라가 큰 나나 앞에 스스로를 낮추면 큰 나라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을 굽혀 이기기도 하고 낮은 곳에 머물러 남을 얻기도 한다.
62. 도라는 보물창고 안의 삶
도는 보물창고이자 진정한 본성이며 만물의 근원이다. 도는 선한 사람의 보배이며 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은신처가 된다.
악한 사람이라도 내치지 마라. 좋은 말로 그를 깨우치고 행동으로 그를 일으키며 어진 마음으로 그의 무례에 대응하라. 악한 사람을 내치지 말고 다만 악함만을 내쳐라.
그러므로 새로운 지도자를 뽑았을 때 부와 지식으로 그를 돕기보다는 원칙을 되새기도록 돕고 고를 바치는 것이 낫다.
어찌하여 옛사람은 도를 이리도 귀하게 여겼을까? 모든 선의 근원이요 모든 악을 치료하기 때문에 아니겠는가? 도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
63. 어려움 없는 삶
함 없이 함을 실천하고 일함 없이 일하며 맛 없이 맛보라. 작은 것을 크게 여기고 적은 것을 많게 보며 원한을 덕으로 갚으라.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보고 사소함 속에서 위대함을 이루라.
어려운 일을 하려거든 그 일이 아주 쉬울 때 하고 큰일을 하려거든 그 일이 아주 작을 때 하라. 성인은 큰일을 벌이지 않기에 결국 큰일을 해낸다.
너무 쉽게 대하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성인은 언제나 모든 일을 어렵게 대하기에 결코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64.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삶
평온할 때 다루기가 쉽고 아직 분명히 나타나지 않을 때 막기가 쉽다. 약한 것이 잘 부서지고 작은 것이 잘 흩어진다.
일이 생기기 전에 행동하고 무질서해지기 전에 다스려라. 기억하라. 아름드리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자라고 아홉 층 건물도 한 줌 흙에서 쌓여 올라가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억지로 하면 실패하기 마련이고 얻으려고 하면 잃을 수밖에 없다. 성인은 억지로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고 얻으려고 하지 않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성공의 직전에서 실패하고 만다. 그러므로 마지막에도 처음 시작처럼 신중하면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성인은 얻기 어려운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값비싼 것을 모으지 않으며 생각이 고정되지 않는다. 그는 만물이 제 본성을 찾도록 도울 뿐 함부로 끌고 다니지 않는다.
65. 우직한 삶
옛날, 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우직했고 백성들과 잘 어울렸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서 빛나지 않았고 총명함으로 다스리지 않았기에 나라에 복이 있었다.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는 다스리기 어렵고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는 각자 자기들만의 길을 찾는다.
속임수 없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그 나라에 복이 된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명확한 것이다. 평범한 삶에 만족하라. 그러면 당신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진정한 본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66. 바다를 닮은 삶
바다는 모든 물줄기의 왕인 까닭은 스스로를 낮추기 때문이다. 겸손은 바다에서 그 힘을 준다.
그러므로 백성 위에 서고자 하는 이는 겸손하게 말해야 하고 백성을 이끌고자 하는 이는 먼저 그들을 따라야 한다.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들이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앞에 있어도 해롭게 여기지 않는다.
성인은 낮은 곳에 머무르기에 세상은 그를 칭송하고 스스로 하인처럼 백성들을 섬기기에 세상은 그를 왕으로 삼는다.
67. 세 가지 보물이 이끄는 삶
세상 모든 사람이 나의 도를 잘 안다고 말하지만 이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도는 저잣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거나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안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잊는다고 해서 잃는 것도 아니다. 만일 도가 그와 같았다면 오래 전에 잊혀져 사라졌을 것이다.
나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꽉 쥐고 가까이 살핀다. 첫째는 자애로움이고 둘째는 검소함이며 셋째는 겸손이다.
자애로움에서 용기가 나오고 검소함에서 너그러움이 나오며 겸손함에서 통솔력이 나온다. 용감하되 자애로움이 없거나 너그럽되 검소하지 않거나 앞으러 나서되 겸손하지 않으면 이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사랑으로 싸우면 이기고 사랑으로 지키면 튼튼하다. 하늘이 사람을 구하고자 하면 군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를 지킨다.
68. 서로 돕는 삶
훌륭한 무사는 난폭하지 않다. 훌륭한 전사는 성내지 않는다. 훌륭한 승리자는 맞서 싸우지 않는다. 훌륭한 고용주는 일꾼을 섬긴다. 최고의 지도자는 사람들의 뜻을 따른다.
이 모두가 겨루지 않음의 덕을 나타낸다. 이를 일러 싸우지 않음의 덕이라 한다. 이를 일러 사람들의 힘을 쓴다고 한다.
이것은 하늘과 짝을 이룬 지극함으로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69. 적이 없는 삶
군인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먼저 움직이지 말고 손님처럼 행동하고 한 치 전진하지 말고 한 자 물러선다.
이를 일러 나아감 없이 나아감, 무력을 쓰지 않는 물리침이라 한다.
적이 있다고 느끼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 없다. 나와 적이 함께 존재하기에 내 보물이 있을 자리가 없다.
따라서 두 상대가 만나면 적이 없는 자가 이길 것이다.
군대가 대등하게 맞서면 연민을 가진 쪽이 이긴다.
70. 신의 존재를 깨닫는 삶
내 말은 이해하기도 아주 쉽고 행하기도 더할 나위 없이 쉬운데 세상에는 이해하는 이가 드물고 행하는 이가 거의 없다.
내 말에 근본이 있고 내 행위에 주인이 있다.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하기에 나를 알지 못한다.
성인은 거친 베옷을 걸치고 있지만 가슴에는 옥을 품고 있다.
71. 병들지 않는 삶
모름을 아는 것은 강함이다. 앎을 묵살하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알 때만 병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성인은 병이 없는데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다.
72. 경외하고 수용하는 삶
경외하는 마음이 부족하면 재앙을 겪을 것이다. 세속적인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시야에 한계를 두지 마라. 태어난 환경을 원망하지 마라. 삶의 자연스러운 행로에 저항하지 마라. 그리하면 세상에 지치지 않는다.
그러기에 성인은 스스로를 알되 스스로를 드러내 뽐내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되 스스로를 치켜세우지 않는다.
성인은 외면의 것을 버리고 내면의 것을 취한다.
73. 하늘의 그물 안에서 사는 삶
다른 이들과 부딪히는 용감한 행동은 죽음으로 향하고 도와 조화를 이루는 용감한 행동은 삶으로 향한다. 이 둘 가운데 하나는 이롭고 하나는 해롭다.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도 훌륭히 이기고 말하지 않고도 적절히 답하며 요구하지 않아도 충분히 채우고 서두르지 않고도 제때에 이룬다.
하늘의 그물은 모두를 붙든다. 굵고 거칠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74.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모든 것이 변함을 알면 아무것도 불잡으려 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언제나 죽음을 관장하는 이가 있는데 죽음을 관장하는 이를 대신하여 죽이는 것은 위대한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것과 같다. 위대한 목수를 대신하여 나무를 베는 자는 자신의 손을 베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75. 덜 요구하는 삶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세금을 지나치게 거두어 가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영혼을 잃는 것은 나라가 지나치게 간섭하기 때문이다.
백성의 이로움을 위해서 행하라. 그들을 믿고 그냥 내버려두라.
76. 굽힐 줄 아는 삶
사람이 태어날 때는 온화하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뻣뻣해진다. 만물 초목도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마르고 쉽게 부서진다.
그러므로 단단함은 죽음의 동반자요 유연함은 삶의 반려자이다. 물러설 줄 모르는 군대는 패하고 굽힐 줄 모르는 나무는 부러진다.
단단하고 뻣뻣한 것은 깨지고 부드럽고 유연한 것은 널리 퍼진다.
77. 남는 것을 나누는 삶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과 같아서 높으면 누르고 낮으면 올린다.
하늘의 도가 남는 것은 덜어내고 모자란 것은 채운다면 사람은 그와 반대다.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어 남는 데 바치고 넘치게 가진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곤궁한 사람에게서 빼앗는다.
넘치게 가진 사람 중에 세상을 위해 그것을 내놓을 자 누구인가? 오직 도를 품은 사람만이 남은 것을 남에게 준다.
성인은 끊임없이 주는데, 이는 그의 넉넉함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대없이 행하고 공을 이루고도 주장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누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8. 물처럼 사는 삶
세상은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강하고 단단한 것을 부수는 데는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다. 세상에 이를 대신할 것이 없다.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넘어선다는 것을 온 세상에 모르는 이가 없지만 누구도 이를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불행의 한복판에 고요하게 머무름에도 나쁜 기운이 그의 심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는 도우려고 하지 않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진실의 말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79. 원한을 남기지 않는 삶
크게 다투면 화해하더라도 원한이 남는다. 거기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언제나 결국에는 최선이다.
손해가 있어도 어진 마음으로 감당해야 한다. 적의는 결코 선의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은 항상 주된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덕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줄 방법을 찾고 덕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받을 방법을 찾는다. 주는 사람에겐 삶의 충만함이 함께하고 받기만 하는 사람에겐 빈손만 남는다.
80. 자신만의 낙원에서 사는 삶
백성이 적은 작은 나라를 떠올려보라. 그들은 무기가 있으나 쓰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 손을 써서 일하기를 즐기고 도구는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멀리 가지 않는다. 거처가 편안하여 이동에 관심이 없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이가 없다.
그들은 음식이 좋아 만족하고 옷이 편안하여 기뻐하며 집이 아늑하여 만족한다. 그리고 그들의 풍속을 이어간다.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다 보이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평화롭게 내버려둔다.
81. 쌓아두지 않는 삶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못하다. 선한 사람은 따지지 않고 따지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덕이 있는 사람은 흠을 찾지 않고 흠을 찾는 사람은 덕이 없다.
성인은 쌓아두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모두 준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준다.
하늘의 도는 모두를 이롭게 하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성인은 이를 따라서 모두를 이롭게 하고 누구와도 겨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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