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따귀 맞은 영혼(배르벨 바르데츠키, 장현숙, 2002)

기독항해자 2012. 8. 21. 12:23

따귀 맞은 영혼(배르벨 바르데츠키, 장현숙, 2002), 2012년 8월에 읽음



[따귀 맞은 영혼]이라는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거부당한) 모욕감에 떠는 아픈 영혼들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의 체험에서 볼 때 모욕감이란 비단 욕설이나 비난 같은 적극적인 공격의 산물만은 아니다. 당연히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에서 사랑이나 인정,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태 역시, 우리의 마음 안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날카로운 상처로 각인된다. 이 상처는 개인의 건강한 자존감이 뒤흔들리고 망가지면서 생겨나는 마음의 염증 같은 것이다. 심한 염증이 열과 통증, 심지어 악취까지 동반하면서 환자를 괴롭히듯, 면역 체계가 교란된 우리의 마음에는 일상의 온갖 사건들이 전에 없던 위력으로 엄습해 온다. 겁에 질린 마음은 적을 직면하여 대항하기를 아예 포기하고 그저 숨을 곳만 찾는다.


희망 그리고 느긋함

희망이나 느긋함이 마음상함과 무슨 관계가 있담, 하고 여러분은 고개를 갸웃거리실 겁니다. 대답부터 하자면, 이 두 가지는 넓은 의미에서 마음상함의 극복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희망은 기대에 대립되는 말이고, 느긋함은 통제나 권력과 정반대 개념이지요. 그리고 대립되는 각각의 두 개님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대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까지는 포함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때까지 조금도 참지 못할 만큼 조급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대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이 옵니다. 반면에 희망은 훨씬 참을성이 있습니다. 기다릴 여지를 많이 갖고 있고, 반드시 지금 이루어져야 한다고 졸라대지도 않습니다. 꼭 만족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우리가 얻게 될 거라는 믿음, 얻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희망은 미래를 향하고 있으므로 여기와 지금이라는 조건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희망함으로써 우리는 기대와 결별하고, 기대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게 됩니다.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면, 그 결과로 슬픔이 옵니다. 이제 얻을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우리는 슬퍼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는 않습니다.

마음상함은 기대가 어그러졌을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마음을 잘 다치는 사람은 시간을 갖고 기다릴 능력이 없습니다. 무엇에 대해선가 인정을 받고 싶을 때, 그것을 당장 받아야지 나중까지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마치 나중에 받는 칭찬은 지금 당장 받는 칭찬보다 가치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기대하는 대신 희망을 품는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다면, 마음상함은 피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태도를 느긋함이라고 부릅니다. 느긋할 때 우리는 자기 감시를 그치고 자신을 신뢰합니다.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그냥 흘러가게 놔 둘 뿐, 우리 영향권 바깥에 있는 일을 좌지우지하겠다고 힘을 낭비하지 않지요.


하나님,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일 느긋함을 주소. 변화시킬 수 있는 변화시킬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서로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