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그건 사랑이었네(한비야, 푸른숲, 2009)

기독항해자 2012. 8. 18. 10:28

그건 사랑이었네(한비야, 푸른숲, 2009). 2012년 8월에 읽음


저자 한비야

저서 (총 24권) 여행가이자 국제구호단체 긴급 구호팀장이다. 1958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언론홍보대학원(Department of Communications)에서 국제홍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홍보회사 버슨-마스텔라에서 근무하다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 일주'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한 7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 오지 여행 경험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전 4권),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걸으며 적어내려간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국어 공부를 위해 꼬박 한 해 동안 머물렀던 중국에서 건져올린 쫀득쫀득한 이야기 꾸러미(긴급구호 활동에 필요한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1년 동안 머물렀던 중국 이야기)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에서 숨 가쁘게 뛰며 써내려간 열정 가득한 삶의 보고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을 썼다.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했으며,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중 한 명,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난 내가 마음에 들어

나는 어제나 내일보다는 오늘이 좋다. 감정의 표현처럼 시간도 지금 내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만만하다. 과거는 이미 수정 불가능하고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아닌가. 그러니 그 시간을 되도록 짭짤하고 알차게 살고 싶은 것이다. 마음껏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은 거다. 나는 이 인생이란 여행길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만난 사람들, 맞닥뜨리는 사건 사고들, 깊 옆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실컷 표현하며 살기로 했다.

산에서 풍요로워지는 나

등산을 다닌다고 해서 산길 걷는 것만 좋아하는 건 물론 아니다. 혼자서 산에 오르면 하나님과의 단독 면담도 잘되고 속상한 일이나 언짢은 마음도 쑥쑥 풀리고 좋은 생각도 팍팍 떠오른다. 삼십대까진 무조건 자주, 무조건 빨리 올라가야 성에 찼다. 삼십대까지는 올라가는 길만 재미있었다면 사십대부터는 내려오는 길도 똑같이 재미있고 중요하다는 것 깨닫는 중이다. 올라갈 때 남보다 빨리 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쓸게 아니라 내려갈 때 쓸 힘을 남겨두어야 하산 길까지 즐겁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당신의 라면 한 봉지’는?

칭찬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의 행복 지수가 훨씬 높아진다. 칭찬이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보려는 태도인데 이것이 바로 행복의 근원이자 동력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내 마음이 조금만 더 편하고 행복의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춘다면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지 않겠느냐고. 나 역시 남에게 역시 좋은 소리만 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안 된다고.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그리고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행복의 조건이 순전히 외부에서만 오는 걸까? 외부에서 그 조건이 오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바깥에서 어떤 종류의 힘이 가해지든 그것을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부터 바꿔 스스로 행복의 조건으로 만들면 되는 거라고 믿는다. 이름 하여 마음속에 ‘행복발전소’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가끔은 조용한 응원을

응원을 하면서 배웠다. 응원에는 이길 때 하는 응원과 질 때 하는 응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기고 있는 팀을 더욱 잘하도록 북돋워주는 일은 쉽다. 같이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고 선수들도 승리의 기운으로 한껏 고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고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진심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맥 빠진 관중과 기죽은 선수들은 이기고 있을 때보다 두세 배로 열심히 구호와 율동을 해도 기운이 살아나지 않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이겨서 득의만만한 선수들을 더욱 북돋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져서 고개를 떨구고 밴치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응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되었다.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씀이 필요하다. 누워 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주어야 한다.

사랑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내 기도가 응답이 되지 않아 애가 타들어가도 나는 굳게 믿는 구석이 있다. 결국에는, 종국에는, 끝에 가서는 하느님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리라는 믿음이다. 나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고 내 아버지인데, 그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내게 주시지 않을 리가 없다.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주실지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것이고, 우리는 그분을 굳게 믿고 기쁨 마음으로 노력하며 기다리면 되는 거다. 끝에 가서는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고 믿는 믿음만 있으면 그 어떤 고통의 과정도 지루한 기다림도 기꺼이 견디게 된다. 내가 대장간에서 벼려지는 칼인데 그 연단의 과정이 견디기 어렵다고 대장장이에게 “이제 그만 두드려주세요”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흔들리며 크는 우리들

나는 종종 사람을 꽃에 비유한다. 꽃처럼 사람들도 피어나는 시기가 다 따로 있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초봄의 개나리처럼 십대에, 어떤 이는 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이삼십대에, 어떤 이는 가을의 국화처럼 사오십대에, 또 어떤 이는 한겨울 매화처럼 육십대 이후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거라고. 계절을 다르지만 꽃마다 각각의 한창때가 반드시 오듯이, 사람도 가장 활짝 피어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절대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도로 살아간다.

나는 기도 중에서 가장 강력한 기도가 남을 위한 기도, 즉 중보기도라고 굳게 믿고 있다. 생각해보라. 자기 혼자 자기를 위해 한 기도가 셀지. 수많은 사람이 그 한 사람을 위해 마음을 모아 하는 기도가 더 셀지. 하느님도 이 사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좀 잘 돌봐달라고 기도하면 부탁받은 그 사람을 더욱 유심히 보고 웬만한 일은 들어주지 않겠는가?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한비야님은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니다. 단언컨대 나도 끝까지 두드린 문만 열 수 있었다. 내가 두드렸던 모든 문이 다 열리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열렸던 문 중에 두드리지 않았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열심히 두드렸지만 끝내 열지 못한 문도 수두룩하다. 왜 그때 한 번 더, 딱 한 번만 더 두드려보지 않았을까. 뼈아픈 후회도 수없이 한다. 그때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사정이란 사실을 구차한 핑계요 약삭빠른 요령이요 어리석은 자기 합리화의 다른 이름이었다. 문이 열리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두드렸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 마음이 개운할 것이다. 돌아보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드려서 열린 문들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열어주었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길을 묻는 젊은이들에게

지금도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다. 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 현실적인 꿈만 꾸자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바보, 멍청이, 미련 곰탱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굶주리는 아이가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갖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청춘과 인생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다고 한들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건 한마디로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도 이 꿈을 가슴에 가득 안고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룰 수는 없을지언정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단순함의 미덕

나는 될수록 간단하게 최대한 간소하게 살자는 주의다. 철들면서 부터는 화려하게 사는 스타나 재벌보다 소박하게 사는 스님이나 수도자들이 훨씬 멋있게 보이고 진하게 화장한 얼굴보다 말갛게 씻은 맨얼굴을 더 좋아했으니 이건 어쩌면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삼십대의 대부분을 배낭여행이라는 유목민 생활을 하면서 이런 성향은 더욱 굳어졌다. 배낭 무거워질까봐 비누도 반으로 잘라 넣는 판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걸 이고 지고 다닐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나는 뭘 사서 쟁여놓지 않는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라도 이게 없이면 정말로 안 되는지 따지고 또 따진다.

이런 성공이라면 꼭 하고 싶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성공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고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이런 성공이라면 나도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