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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학교양총서10 남명과 이야기(정우락, 경인문화사)

기독항해자 2012. 8. 9. 10:42

남명학교양총서10 남명과 이야기(정우락, 경인문화사), 2012년 8월에 읽음



험난한 시련 속에서

남명이 9세 되던 해에 병을 몹시 앓아 위독하였는데 어머니가 매우 걱정하였다. 남명은 문득 병을 참고 기운을 돋우어서 조금 나은 것처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사람을 어찌 헛되이 냈겠습니까? 이제 제가 다행히 사내로 태어났으니 하늘은 반드시 저에게 시키는 바가 있어 크고 작건 간에 사업을 이루게 하실 것입니다. 어찌 갑자가 죽을까를 걱정하겠습니까?”

공자가 노나라 애공 3년 송나라를 지날 때 사마환퇴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하늘을 보며, “하늘이 나에게 인류구제를 위한 덕을 내려 주셨는데 저 환퇴가 나를 어찌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맹자 ‘고자장구’,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이 사람에게 내리려고 하실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며 그 힘줄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 그 몸과 살갗을 굶주리게 하며, 그 자신을 궁핍하게 하며, 행동을 함에 있어 그 할 바와 어긋나게 한다. 이것은 마음을 충동하고 성품을 단련시켜서 일찍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자 하는 까닭에서이다.”

처사란

처는 정치현실에 나아가지 않고 퇴처하는 것이며, 출은 정치현실에 출사하는 것이다. 처사는 퇴처한 선비라 하겠다.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은 여자를 처녀라고 하듯이, 임금에게 뜻을 허락하지 않은 선비가 바로 처사인 것이다. 유가에서는 전통적으로 현실세계에 도가 실행되면 출사하고 그렇지 못하면 퇴처한다고 생각했다.

남명의 경의(敬義) 사상

남명은 경의를 내외의 관계로 파악했기 때문에 ‘주역’ 중지곤괘 ‘문언’의 ‘군자는 경으로 안을 곧게 하고 의로 밖을 방정하게 한다’는 것을 자신의 인식체계 안에서 변형시켜 ‘패검명’을 지었다. ‘안으로는 마음을 밝게 하는 경이요 밖으로는 행동을 결단하는 것이 의이다’라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주역은 경의를 직방으로 설명했는데, 남명은 이를 명단으로 변용했다. 남명은 명단을 염두에 두면서 안을 규정하는 경에 의해 행동실천적 원리인 의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즉 내면적 정신의 밝음과 외면적 행동의 결단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정신과 행위 양 측면에서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명은 경의 두 글자를 평생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초월 혹은 봉황의 기상

남명이 정암 나루에서 아이를 시켜 지나가는 배를 불러 강을 건너가려고 했다. 사공이 배를 강가에 대려고 하니 배에 타고 있던 윤원형의 종이 지체할 수 없다고 꾸짖으면서 사공을 제지했다. 이 배는 윤원형의 개인 자상을 위해 그 집의 구리와 철을 싣고 가는 장삿배였다. 윤원형 집 종이 사공에게,

“윤대감에게서 죽임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가자.”

라고 하니 사공이 말했다.

“윤원형에게 죽으면 원귀가 되고 조공을 괄시하면 악귀가 된다.”

이렇게 말하고는 배를 나루에 대고 남명을 태웠다.

배에 윤원형의 동철이 실려 있음을 보고 남명은

“사대부가 어찌 윤원형의 동철과 같이 타고 가겠느냐?”

하면서 구리와 철을 모두 강에 던지도록 했다. 그러고서 배가 목적지에 닿았으니 윤원형 집의 종이 사공을 묶어서 대감에게 끌고 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윤원형이

“너는 정말 벅이 없구나, 하필 조공을 거기서 만나다니! 정말 복이 없다.”

하면서는 사공을 풀어 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