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포도나무는 온난한 지방에서 번성하며, 그 열매로 만들어지는 포도주는 자양분이 풍부해 활력을 주지만 도가 지나치면 취하게 된다. 포도나무는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건강과 부의 상징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포도나무는 "생명과 풀"의 동의어였고, 수메르에서 "생명"을 나타내는 문자는 원래 포도잎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만다교도(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라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들은 "땅 위의 포도나무"는 생명 있는 모든 것의 근원이며 그 열매는 별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하늘을 뒤덮는 포도나무라는 관념에는 포도나무를 우주 나무로 생각했음이 어렴풋이 엿보인다.
성경에서 포도밭과 포도나무는 선택된 백성의 상징이었다: "대저 만군의 여호와의 포도원은 이스라엘 족속이요 그의 기뻐하시는 나무는 유다 사람이라"(사5:7).
호세아서에서는 포도밭의 이미지가 포도나무로 바뀌어서 "이스라엘은 열매맺는 무성한 포도나무라"고 불리웠다(호10:1).
아가에서 신부는 하늘의 연인에게 포도밭으로 나가자고 권유한다: "나의 사랑하는 자야 우리가 함께 들로 가서 동네에서 유숙하자 우리가 일찍이 일어나서 포도원으로 가서 포도 움이 돋았는지 꽃술이 피어는지 보자 거기서 내가 나의 사랑을 네게 주리라"(아7:12).
포도밭은 하늘과 땅을 맺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의 표시이다. 애굽에서 옮겨온 포도나무는 사랑으로 심겨져 엄청난 크기로까지 뻗어나간다: "주께서 그 앞서 준비하셨으므로 그 뿌리가 깊이 박혀서 땅에 편만하며 그 그늘이 산들을 가리우고 그 가지는 하나님의 백향목 같으며 그 가지가 바다까지 뻗고 넝쿨이 강까지 미쳤거늘"(시80:8-11). 그러나 자기 백성의 타락에 대한 하나님의 벌은 무섭다: "수풀의 돼지가 상해하며 들짐승들이 먹나이다"(시80:13).
가나안에 파견된 정찰대가 "막대기에 꿰어 둘이 메고 돌아온 큰 포도송이"는 약속의 땅의 풍요로움과 하나님의 약속의 풍요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다(민13:23).
포도밭의 상징적 의의를 가장 훌륭히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포도밭과 농부의 비유이다: 한 포도원 주인이 포도밭을 농부들에게 소작지로 빌려주고 여행을 떠났다. 수확기가 다가오자 주인은 수확을 거둬 들이기 위해 종들을 농부들에게로 보냈는데, 불충한 농부들은 종을 잔혹하게 다루거나 죽이거나 했다. 결국 주인은 자신의 아들을 그들에게 보냈으나 그들은 아들을 붙잡아 포도원 밖으로 내쫓아 죽이고 말았다(마21:22-29). 포도원 주인의 아들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실로 사람의 아들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은 죽기 전날 밤 자신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포도원 주인이라"(요15:1). 그리고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요15:5).
이러한 포도나무의 이미지는 교부들에 의해 재해석되었다. 예루살렘의 키릴에 의하면 인간은 세례에 의해 거룩한 포도나무의 일부가 되며, 하나님과의 일치를 유지하는 자는 풍요한 열매를 맺는 포도가지로 성장한다. 이리하여 교회라는 큰 신앙 공동체 자체도 나라들 위에 뻗어나가 그 가지가 바다까지 달하는 포도나무가 된다(시80:8-11).
두 명의 남자가 메고 있는 큰 포도송이는 십자가 위의 구세주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즉 포도송이가 익어 마침내 포도주 틀에서 즙이 짜냇어지듯이 구세주는 그 피를 우리를 위해 흘린 것이다.
포도주
생명의 충만감을 불러 일으키는 포도주는 종교의 역사에 있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 왔다. 취기를 가져오는 이 음료수는 최고도의 황홀과도 상통하며, 또한 생명의 파괴와도 상통하는 경우가 있다. 이집트의 신화에 의하면 이시스는 포도를 먹고 임신하여 호루스를 낳았다고 하며 또 포도를 짜는 신 세스므는 죽은 자에게 생명을 유지하는 음료인 포도주를 주었다.
포도주와 피를 상징적으로 동일시 함으로써 죽은 자의 제사에 있어서 포도주의 의의가 생겨났다. 크레타섬에서는 시체를 뜨겁게 덥힌 포도주로 씻겼다. 베르질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여왕 디드가 죽었을 때 그녀가 향을 곁들여 희생의 헌물로 바쳤던 포도주가 피로 변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은 광희, 난무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인간을 고뇌와 걱정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해방자 즉 일종의 구원자로 숭배했다.
포도주는 삶의 기쁨의 상징이다. 포도주는 인간과 신들(신들이란 성경에서는 신적인 존재, 신에 가까운 존재, 즉 천사를 말한다)에게 기쁨과 원기를 부여한다(삿9:13).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시104:15)를 인간에게 주셨다.
절제는 왕이 갖추어야 할 덕으로서, 이는 포도주를 즐기는 데도 적용된다: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에게 마땅치 아니하며"(잠31:4). 한편 죽게 된 자에게는 독주(강한 포도주)를 주어야 한다: "독주는 죽게 된 자에게, 포도주는 마음이 근심하는 자에게 줄지어다 그는 마시고 그 빈궁한 것을 잊어버리겠고 다시 그 고통을 기억지 아니하리라"(잠31:4-7).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자들은 역사 같아서 "포도주를 마심 같이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슥10:7).
여호와께서는 목마른 자들에게 물 뿐만 아니라 포도주도 값 없이 주신다(사55:1). 이는 주께서 그들에게 생명 뿐만 아니라 기쁨도 주신다는 것이다. 포도주는 또한 영적 하사품의 상징이기도 하다. 신의 지혜가 "포도주를 혼합하여 상을" 갖춘다는 것이 그런 의미이다(감9:12).
야곱은 아들 유다에게 내린 축복은 구세주적 의의를 띠고 있다: "그는 그의 나귀를 포도나무에 매며 그 암나귀 새끼를 아름다운 포도나무에 맬 것이며 또 그 옷을 포도주에 빨며 그 복장을 포도주에 빨리로다"(창49:11). 여호와께서는 "오래 저장하였던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실 것이다(사25:6).
예수님께서는 최초의 기적으로서 가나의 혼인 잔칫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셨다(요2:3-10).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기쁨과 차고 넘치는 축복이 싹트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이다. 자비심 깊은 사마리아인은 강도들의 습격을 받은 사람의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부었다(눅10:34). 기름과 포도주는 이 외의 부분에서도 함께 등장한다. 이 두 가지는 지상적 의미에서 구원적(치유적)인 힘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자연을 초월한 형이상학적인 의미로도 구원(치유)를 가져오는 것이다.
성경에 있어서 포도주의 상징의 정점은 최후의 만찬에서의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을 잔을 제자들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다 이 잔을 받아 마시라 이것은 죄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26:27-28).
구약성경에서 포도밭의 노래에 자기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표현되어 있듯이 포도주는 그리스와 교회의 결혼 약속을 상징한다.
(성서 속의 상징 193, 최대형 편역, 은성)
가나의 혼인잔치와 포도주의 기적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은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에서 첫번째 기적이었다.
예수님의 공생애 3년 동안 여러 가지 사역을 하셨지만 그 핵심은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을 바로 '포도주'다.
가나 혼인잔치의 첫번째 기적은 바로 포도주 사건이다. 공생애 마지막 날에 있었던 최후의 만찬에서도 포도주가 등장한다. 예수님은 유월절 만찬에서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눠주면서 다음 날 십자가에서 흘리실 피와 연결시키신 것이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은 포도주로 시작해서 포도주로 끝난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건에서 첫 번째 사건은 항상 의미가 있다.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은 혼인잔치에서의 포도주 기적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곳에 예수님이 이 땅에 성육신으로 오신 목적이 50% 이상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포도주 기적의 의미를 풀어 나가는 핵심은 결혼식과 포도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다. 먼저 성서 시대 유대인들의 결혼 문화를 꼭 알아야 한다.
한 총각이 처녀를 보고 마음에 들면 그는 아버지를 졸라서 잔치 비용을 타 낸다. 총각은 이 돈을 가지고 처녀의 집에 가서 잔치를 벌인다. 이때 처녀의 가족과 친구와 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성대한 잔치가 일주일 동안 열린다. 함께 먹고 자고 마시는 잔치에서 처녀는 총각을 유심히 살필 것이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 총각은 처녀 앞에 포도주를 놓는다. 이때 처녀가 그 포도주를 마시면 총각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다는 결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시지 않으면 총각은 잔치 비용만 날리고 풀이 죽은 채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삿14:1-10).
처녀가 포도주를 마시는 순간 총각은 덩실덩실 춤으로 추면서 아버지 집으로 간다. 신부와 함께 살 처소를 예비하러 가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한다면 신혼방을 꾸미러 가는 것이다. 신부는 처소를 예비하러 간 신랑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성서 시대 이스라엘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일정 기간 떨어져 사는 정혼 기간이 있었다. 보통 1년 정도였는데,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지만 육체적으로 처녀와 총각이었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던 순간도 요셉과 정혼한 때였다. 마리아는 법적으로 요셉의 아내였지만 유체적으로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였던 것이다.
유대인의 결혼 풍습을 알고 성경을 일으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고 가나 혼인 잔치의 포도주 기적으로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시고, 최후의 만찬의 포도주로 사역을 마무리하시며 하늘로 승천하시기 전에 처소를 예비하러 간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명쾌하게 보일 것이다.
신랑 예수님은 신부를 찾으려고 잔치를 베풀려고 오신 것이다. 당시에 혼인 잔치에는 여러 음식이 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처녀 앞에 놓는 포도주엿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말씀을 가르치시고 병자를 고쳐 주시고 귀신을 쫓아내 주시는 등 여러 가지 사역을 하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잔치의 사이드 메뉴일 뿐이다. 메인 메뉴는 예수님이 마지막 순간에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피, 즉 예수님이 베푼 결혼잔치의 포도주를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와 정혼한 신부가 되었다. 예수님의 사역은 이로써 종결된 것이다.
처소를 예비하러 가신 예수님은 포도주를 마시고 예수님과 정혼한 신부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서 돌보도록 하신다. 처소를 예비하러 올라가신 예수님은 처소를 다 예비한 뒤에 반드시 신부를 찾으러 하실 것이다. 정혼식만으로는 아직 결혼식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오시는 날이 바로 정혼한 신분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신랑 되신 그분과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합동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이 바로 어린양의 혼인잔칫날이 되는 것이다.
야곱의 축복과 포도주
야곱은 열두 아들을 축복할 때 특별히 유다에게 놀라운 축북을 해 줬다. 그의 예언대로 유다 지파에서 메시아가 탄생했다(창49:10-12).
유다를 향한 축복 중에 재미있는 것은, 유다는 그 옷을 포도주로 빨고 복장을 포도즙에 빤다는 표현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 눈이 포도주로 인해 붉겠다는 표현이다. 이 말씀을 읽을 때 한국 사람들은 헷갈린다. 눈이 포도주 때문에 붉어지는 것은 술을 많이 마셔서 눈이 벌겋고 코가 빨개진 술주정뱅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왜 축복이라는 것인가?
물이 귀한 광야의 이스라엘에서 포도주는 술이 아닌 음료수였고 그것도 생명을 살리는 음료수였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는 8, 9월 무렵니다. 이때는 햇빛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여름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계절이다. 모든 땅이 회색빛으로 타들어 가는 이스라엘에서 청포도가 영글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유대인들은 포도를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부르곤 했다.
건기의 끝 무렵인 포도 수확기는 웅덩이에 모아 놓은 물이 바닥을 드러내는 때다. 광야의 백성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꿀보다 더 귀한 것이 바로 물이었다. 그들은 생명과도 같은 물이 바닥날 즈음에, 정확히 때를 맞춰 회색빛 광야를 뒤로한 채 한껏 영근 청포도를 따서 포도주 틀에서 밟았다. 이것은 곧 포도주로 탄생했다. 유대인들에게 포도주는 자연스럽게 해갈의 기쁨을 상징하게 되었다. 유대인에게 포도주는 '생명을 기쁘게 하는 음료수'다(전10:19).
유다를 향한 야곱의 축복, 즉 포도주로 옷을 빨고 그 눈이 포도주로 인해 붉겠다는 표현은 유다 자손에게 임할 '넘치는 축복'을 뜻하는 것이었다. 제자들과 함께한 이 땅에서의 마지맛 유월절 만찬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참포도나무로 선포하셨다. 이는 예수님만이 인생의 참된 기쁨과 만족과 축복의 근원이 되신다는 놀라운 선포이다.
하나님의 극진한 보호를 뜻하는 포도 농사
고대에 포도 농사는 극진한 보살핌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었다. 잠시라도 소홀하면 포도원은 금세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극진한 부호'를 말할 때 항상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고는 했다.
첫째는 맹수를 막고자 양의 문에서 자지 않고 양들을 지키는 목자이고 둘째는 도둑과 맹수의 침입을 막고자 망대에서 자기 않고 파수꾼처럼 지키는 포도원지기다. 이 두 가지 역할에 대한 이미지는 '하나님의 극진한 보호'와 '밤에 졸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상징한다.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상징하는 포도 밟기
성경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포도 밟기로 묘사되어 있다(사16:10).
포도즙은 생명을 기쁘게 하는 음료를 상징한다. 그런데 포도즙을 만드는 장소는 왜 심판을 상징하는 것일까?
유다 산지의 바위들은 쉽게 깎이는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다. 주로 산지에서 살아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서 테라스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포도주 틀도 바위를 파서 만들었는데, 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포도를 밟는 곳'이고 . 다른 하나는 밟아서 액체가 된 '포도즙이 흘러내려서 모이는 곳'이었다. 대체로 포도를 밝는 곳이 위에 있고 포도즙이 모이는 곳이 아래에 있어서 포도의 원액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장소가 상징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대비된다는 것이다. 생명을 기쁘게 하는 포도즙 원액이 모이는 장소는 해갈의 기쁨을 상징한다. 반면 포도를 밟는 곳은 포로를 밝는 기쁨과 동시에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을 상징한다.
포도를 밟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들어가서 밟았다. 이때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했다. 물론 들어가기 전에 발을 깨끗이 씻는 것은 기본이었다. 씨가 깨지면 포도주에 쓴맛이 나기 때문에 맨발로 밟아 포도 씨가 깨지지 않도록 해서 극상품 포도주를 만들었다.
포도를 밟는 것은 당시 씨족 공동체로 이뤄진 마을에서는 축제 같은 행사였다. 포를 밟는 틀 위로 큰 줄이 있었다. 포도를 밟는 사람들은 그 줄을 두 손으로 잡고 한참 동안 포도를 밟으면서 시편의 노래를 쩌렁쩌렁하게 불렀다. 그 노래가 바로 시편 8편과 81편과 84편이다. 세 개 시편에는 모두 "깃딧에 맞춘 노래"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깃딧'은 두 번째 음절에 악센트가 있는 단어로, 포도주나 올리브기름을 짜는 '틀'을 뜻하는 '가트'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온 가족이 좁은 포도즙 틀에 들어가 열심히 밟다 보면 포도즙이 틀 밖에 있는 사람들의 옷에까지 튀기도 한다. 그러면 옷에 빨간색 포도즙이 밴다. 이는 마치 붉은 피같이 보이기 때문에 심판을 상징하게 됐다.
포도를 밝고 난 찌꺼기는 사발에 담는다. 이는 요한계시록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진노의 대접'을 뜻하기도 한다.
포도주 틀은 포도를 밟는 곳과 포도즙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나뉜다. 두 공간 사이에는 조그만 도랑이 있는데, 세마포 천으로 막혀 있다. 이곳을 세마포 천으로 막는 이유는 포도를 밟다가 밟히지 않은 포도 알이 밑으로 굴러 내려가는 거을 막기 위해서다. 세마포 천은 좁은 구멍이 많은 천이기 때문에 그 사이로 포도즙 원액은 내려갈 수 있지만 밟히지 않은 포도 알은 내려갈 수 없다.
포도주 틀은 보통 야외에 있다. 야외에서 포도를 밟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8월의 더운 햇빛 때문에 포도주가 빨리 발효되기 때문이다. 둘째 발효 냄새를 빨리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발효시킨다면 그 냄새가 온 방 안에 밸 것이다.
야외에서 포도를 밟다보니 파리나 벌이나 이나 개미 같은 곤충이 포도즙 속에 들어가는 문제가 생겼다. 레위기의 정결법에 따르면 이러한 곤충은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애야 한다. 포도즙 원액은 항아리에 모아 웅덩이 같은 지하 저장소에 저장한다. 이때 야외에서 발효할 때 들어간 곤충을 걸러낸다. 포도즙 원액을 항아리에 부을 때, 항아리 위에 세마포 천을 깔아서 다시 한번 곤충을 걸러 내는 것이다. 깨끗하게 거른 포도주는 항아리에 저장되었다가 결혼식 같은 잔치와 안식일 만찬 등에 사용되었다.
바리새인들은 잔치에 초대받아 포도주를 접대받을 때 이를 그냥 마시지 않았다. 이들은 휴대용 세마포 천을 주머니에 갖고 다니면서, 연회장이 포도주를 따라 줄 때 자신의 포도주 잔 위에 세마포 천을 깔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한 곤충을 다시 한번 걸러 냈다. 예수님은 휴대용 천을 가지고 다니면서 레위기 법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사실은 더 큰 죄를 범하고 있는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지적하면서 "소경 된 인도자여 하루살이는 걸러 내고 약대는 삼키는도다"라고 하신 것이다.
(열린다 성경 식물이야기, 류모세, 두란노)
흔히 가정에서 먹는 포도, 말린 건포도, 주스나 술을 만드는 포도나무 등의 변종을 포함한다. 북온대 지역이 원산지인 약 60종(種)이 있다. 유럽종포도나무(V. vinifera)는 포도주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데 수천 년동안 구대륙에서 재배되었으며 캘리포니아로도 전해졌다. 북반구의 마이오세와 제3기 퇴적층에서 출토되는 화석화된 포도 잎, 줄기 조각, 씨를 보면 고대에도 알려져 있던 만큼 오래 전부터 있었으며 덩굴식물로 널리 분포한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종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특히 아메리카 대륙산으로 빽빽한 포도송이를 이루는 미국종포도나무(V. labrusca) 또는 비티스 아이스티발리스(V. aestivalis), 미국 남동부에서 흔히 자라는 헐렁한 포도송이를 이루는 비티스 로툰디폴리아(V. rotundifolia) 등이 대표적이다.
포도나무는 대개 목본성 덩굴식물로 덩굴손(변형된 가지)을 뻗어 기어오르며, 다듬지 않으면 길이가 17m 또는 그 이상까지 자란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거의 곧추서는 관목으로 자라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져 있으며 잎가장자리에 항상 톱니가 나 있다. 녹색을 띠는 작은 꽃이 핀 뒤 열매가 맺히는데, 열매는 거의 검은색에서 녹색·붉은색·호박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식물학적으로 볼 때 열매는 장과(漿果)로 대개 둥글며 즙이 많은 과육 속에 씨가 들어 있다. 많은 변종의 경우 열매 껍질은 하얀 가루로 덮여 있다. 변종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포도에는 다양한 양의 당(포도당·과당)이 들어 있는데, 포도당이 많을수록 더 빨리 발효된다.
가장 오래된 원예업 중 하나인 포도재배는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는데 처음 시작된 곳은 카스피 해 연안이라 추정된다. 포도와 포도주 생산에 관한 상세한 기록이 이집트의 제4·17·18왕조의 상형문자 문서에 나와 있고 성서에는 노아가 포도원을 가꾸었다고 적혀 있으며, 호머 시대에는 포도주가 그리스인들에게 일상적인 생필품이었다. 페니키아인들은 BC 600년경 포도를 프랑스로 전했으며 로마인들은 2세기 이전부터 라인 강 계곡에 포도를 심었다. 플리니우스는 91변종을 기재했고, 50종류의 포도주를 분류했으며 가지고르기[整枝] 방법도 기재했다. 포도나무 재배가 서방으로 확산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동양에도 인도를 거쳐 포도나무가 전파되었다. 새로운 땅이 식민지가 되면서 포도나무도 함께 옮겨갔으며 따라서 기후가 적당한 모든 대륙과 섬에서 포도나무가 재배되었다.
유럽종포도나무는 여름이 길고 건조하고 무더우며, 겨울이 서늘한 지역이 자라기에 가장 적당하다. 혹독한 겨울 추위에는 무방비 상태의 포도나무가 얼어죽기 쉬우며, 포도가 자라기 시작한 뒤에 내리는 봄철 서리는 가지와 포도송이를 얼어 죽게 만든다. 포도나무는 성 긴 모래땅에서 롬질의 진흙땅까지, 얕은 곳에서 매우 깊은 토양까지, 석회질 토양에서 비석회질 토양까지, 비옥도가 낮은 토양에서 높은 토양까지 다양한 토양에 적응하여 자란다. 상업용 포도나무 변종은 꺾꽂이·줄기꽂이·접붙이기 등으로 번식한다. 삽수(揷穗)는 대개 1년 동안 온상에 길러 뿌리를 내린다. 접붙이기는 열매 변종의 줄기를 잘라내어 꺾꽂이할 대목에다 한다. 접붙이기와 뿌리내린 대목 꺾꽂이를 같이 하기도 하는데, 후자는 포도원에 심은 뒤 늦여름에 원하는 열매 변종에 눈접을 한다. 접붙이거나 눈접을 한 포도의 접합 부위는 땅 위로 내어 접수 뿌리를 보호해준다. 가지고르기를 해주면 원하는 형태의 포도나무로 자랄 수 있는데 이때 어린 덩굴의 가지치기를 같이 해준 다음 어린가지와 자라나는 가지를 버팀대에 묶어 놓는다. 가지치기는 포도원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이다. 포도주용과 건포도용 변종의 경우, 가지치기는 대개 작물을 고르게 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열매의 품질뿐만 아니라 다음해의 나무 품질까지 결정한다. 해마다 가지치기를 하면 그해에 자란 가지의 90~95%나 그 이상을 제거하게 되어 단과지(短果枝)나 결과모지(結果母枝)만이 남게 된다.
포도는 포도뿌리혹벌레(Phylloxera)를 비롯한 여러 해충에 민감하다. 포도뿌리혹벌레는 아메리카 동부 원산으로 1800년대 후반 아메리카산 포도가 도입되면서 유럽으로 들어가 포도원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는데 결국 이들 해충에 더 저항성이 있는 아메리카 대륙산 대목에 유럽산 변종을 접붙임으로써 멈추게 되었다.
포도는 사용 용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시기에 이르면 수확한다. 포도주용 포도는 당 함량이 최고점에 달하고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껍질이 밀랍으로 덮일 때쯤 수확한다. 수확을 늦추면 포도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세균이 포도의 당을 파괴할 수 있다. 8,000종 정도 되는 모든 변종의 성숙한 열매는 어느 것이나 으깨면 포도주로 발효되며, 대부분의 포도는 건포도로 만들거나 날것으로 먹는다. 그러나 불과 몇몇 변종만을 일반 품질이나 또는 고품질의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 쓰며 대부분의 상업용 건포도로는 3가지 변종이, 가정에서 먹는 포도로는 15~20가지 변종이 널리 재배되고 있다. 또한 1가지 변종이 대량의 포도 주스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으며 통조림용으로는 몇몇 변종이 쓰인다.
한국에서는 고려시대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어 재배된 것으로 여겨지나 확실한 기록은 없다. 조선시대의 도자기에 포도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산림경제 山林經濟〉에도 여러 가지 포도 품종이 실려 있는 점으로 보아 포도나무가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적인 재배는 1910년 이후 수원과 뚝섬에 유럽종과 미국종포도나무를 도입하여 심은 것이 시작이라고 하며, 경상북도·경기도·충청남북도에서 널리 재배하고 있다.
(브리태니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