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상징과 비밀 명화를 만나다(마틸데 바티스티니, 조은정, 예경)

기독항해자 2012. 6. 16. 09:59

상징과 비밀 명화를 만나다(마틸데 바티스티니, 조은정, 예경), 2012년 6월에 읽음


<상징과 비밀, 명화를 만나다>는 서양 미술에서 이어져온 상징과 알레고리를 통해 서양의 종교적, 철학적 전통과 문화적 원형을 찾고 있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 인간과 신, 천상과 지하세계, 4원소와 4계절, 미덕과 악덕 등 형이상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들이 작품 속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기 쉽게 보여준다. 또한 상징의 원천인 종교, 문학, 과학, 철학적 배경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4계절

4계절은 인생의 기본적인 시기들을 따른다. 즉 탄생은 봄, 성숙은 여름, 쇠퇴는 가을, 그리고 죽음은 겨울과 연결되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자연과 인간 삶의 주기를 묘사한다.

죽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며 생명력의 종말을 나타낸다. 다른 중요한 원형들처럼 죽음 역시 다양하게 표현되는 모호한 상징이다. 죽음은 밤의 딸이자 잠의 자매이며 재탄생을 일으키는 힘을 지닌다.

소우주

소우주의 이미지는 인체의 각 부분들이 우자와 서로 대응한다고 보는 신비주의와 비교의 학설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학설은 고대 의학 지식의 바탕을 이루었다. 고대 의학 지식에 의하면 인체의 각 부분은 해당되는 천궁도의 별자리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므로 고대인들은 몸에 질병이 생기면 해당 부위와 관련된 별자리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별자리가 지상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함으로써 치유법을 모색했던 것이다.

동정녀 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의 도상은 이집트의 이시스,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와 같은 고대의 ‘백색 여신’에 따르는 특성들은 다수 포함하는데, 백색 여신들은 여성성의 표현이며, 태양과 함께 전 우주를 지배하는 달의 힘을 표현한다. 반종교개혁 시기에 성모 도상은 신의 은총을 전달하는 매개자로서 성모 마리아의 역할을 부정했단 루터주의자들과 칼뱅주의자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인 수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종교개혁 진영의 견해에 맞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술에서는 ‘성모의 원죄 없는 잉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타원형 이미지의 원형은 인류 역사의 가장 초기 단계부터 나타난다.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문명권과 문화들 사이에서도 알과 관련된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알은 배태된 온갖 존재들이 들어 있는 태초의 방으로, 이후에 분화가 이루어지는 근원적 전체에 대한 이미지다. 생명의 형성과 번식, 완성에 대한 상징인 알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분열을 통한 창조 과정을 다룬 신화들에서 비롯된 주요 원형들과 연관된다. 미술과 철학, 종교는 생명의 불가해한 신비와 다채로운 현상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알을 이용해 왔다. 중세 교회에서 알은 인간의 내적 각성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여겨져서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거울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모든 사물들 가운데서도 거울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거울이 지닌 모호하고 다층적인 의미는 중세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도상들을 만들어냈다. 거울은 윤리적, 인식론적 측면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 단게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성격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나르키소스의 신화나 육욕과 허영, 자만에 대한 알레고리 등에 반영된다. 또한 거울은 인간의 내면적 지식이나 신비주의적 지식 혹은 신중에 대한 상징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다양한다. 거울에 부과된 다양한 명칭들은 이 사물의 이중적인 성격을 반영한다. 라틴어 speculum은 인간의 인식력과 관련되며, 거울이 현실의 이미지를 숙고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십자가

십자가는 세상의 축, 그리고 기본적인 도형인 원(하늘)과 사각형(땅)의 교차점을 나타낸다. 십자가는 전 우주의 신비로운 중심이자 인간 영혼이 신에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십자가의 상징은 매우 복합적이다. 공간적인 측면에서 십자가의 네 갈래는 네 방위 뿐 아니라 우주의 4원소와 이에 따른 성질들을 의미하며, 시간적인 측면에서 십자가의 기둥은 지구 중심축의 회전 운동을 가리킨다.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십자가는 인간이 지닌 동물적, 정신적 특성의 종합을 암시한다. 구세주의 이미지에서 십자가의 의미는 수난과 부활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십자가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요소들에 반영된다. 즉 정신성과 영원한 구원을 의미하는 수직 축은 신을 상징하며, 수평축은 현세적이고 동물적인 차원, 고통, 부정적 성향을 상징한다.

사탄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통해서 악마의 이미지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악마는 창세기와 연관되어 뱀의 모습으로, 중세에는 사탄을 루키페르와 동일시한 교부들의 주장에 따라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끔찍한 괴물로 그려졌다. 10세기 이후 사탄은 하늘에서 추락한 전설에 따라 부러진 날개를 갖게 되었고 또한 그리스도교에 패배한 이교 신앙의 상징은 뿔을 머리에 달고 나타났다. 박쥐 날개를 천사의 미덕이 변질되었음을 알리는 엠블럼으로 몽고의 침입 이후 도입되었다. 몽고의 침입은 동방에서 기원한 도상들이 12세기 유럽 사회에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털투성이 몸과 갈라진 발굽, 염소 뿔 등 악마의 특징은 그리스 신 판에서 비롯되었다.

테트라모르프

테트라모르프는 에스겔서와 요한계시록에서 등장하며, 네 복음서 저자들의 이미지와 그들에 대한 상징물에 적용되었다. 복음서 저자들에 대한 상징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 숭배되었던 성스러운 동물들에서 비롯되었다. 성 마가는 자사, 성 마태오는 고귀한 공작(나중에는 날개달린 사람으로 바뀜), 성 요한은 독수리 그리고 성 루카는 바빌로니아의 날개달린 황소에서 기원한 수소로 그려졌다. 신비주의 전통에서는 테트라모르트가 우주의 4원소들과, 지혜를 구성하는 네 가지 성격과 관련된다고 해석했다. 독수리는 공기와 지성, 행동력을 상징하며, 사자는 불과 힘과 운동을, 수소는 흙과 인내력과 희생심을, 그리고 날개 달린 사람은 진실에 대한 직관을 상징한다.

내세

내세는 죽음 이후에 지속되는 삶과 죽은 자들의 영혼이 거주하는 장소 모두를 나타낸다.

낙원

낙원 또는 천국은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동정녀 성모 마리아, 선지자들, 이스라엘의 족장들, 천사들이 사는 곳이다. 유대교의 전통에서 낙원은 비교적 후기에 나타나며 육신 부활하는 장소와 동일시되었다.

연옥

연옥은 생전에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들이 죽은 후에 자신들의 영혼을 씻는 곳이다. 연옥은 그리스도로 육화된 신의 은총과 원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카톨릭 교리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구약성경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개신교에서는 성경에서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연옥의 존재를 부정한다. 1274년 리옹 공의회에서 연옥에 대한 교리가 공포된 이후 카톨릭교회는 살아 있는 이들의 기도와 순례, 자선 행위나 면죄부 구입 등을 통해서 죽은 자들의 속죄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카톨릭교회의 주장은 프로테스탄 종교개혁 진영의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림보

림보는 지옥과 천국 사이의 중간 지점으로 그리스도의 탄생 이전에 살았던 이들과 세례 받기 이전에 죽은 아기들의 영혼이 쉬는 장소이다.

지옥

무덤 너머의 영역은 영원한 벌과 고문이 벌어지는 지하세계로 그려진다. 구약성경에서는 사후 세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으며 유대인들은 죽은자들의 영혼이 죄의 유무에 관계없이 스올이라는 불리는 그림자의 세계에 머문다고 믿었다. 그리스도교에서 지옥에 대한 도상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던 에녹의 묵시록에서는 이 어두운 심연에 사탄과 반역천사들이 있다고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