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퇴계 이황의 함양과 체찰-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신창호, 미다스북스)

기독항해자 2012. 6. 23. 23:04

퇴계 이황의 함양과 체찰-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신창호, 미다스북스), 2012년 6월에 읽음



조선이 낳은 위대한 유학자이자 철학자인 퇴계 이황. 하지만 그의 학문이나 사상, 문장과 생각은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다가온다.『함양과 체찰』은 2010년 퇴계 이황의 탄생 510주년을 기념하는 책으로, 그의 생애와 사상의 진면목을 재조명하고, 현대인들에게 퇴계 사상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마음공부법을 쉽고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했다. <자성록>을 비롯한 퇴계 이황의 주요 작품 가운데 핵심적인 사상들을 뽑아 '공부론'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엮었다. 유교의 핵심 덕목인 함양과 체찰의 가르침을 퇴계 이황의 공부법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제1부 함양과 체찰의 삶-마음공부에 혼을 불사른 선비 퇴계의 생애와 학문

01 어린 퇴계- 사람으로서 떳떳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다.

1501년 8남매의 막내로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다.

어머니의 가르침, 최고의 유교적 지성인의 토대가 되다.

성장기의 퇴계는 특히 도연명의 시를 좋아했다.

02 청장년기의 퇴계- 학문과 벼슬 사이에서 고민하다.

21세에 첫 장가를 가고, 23세에 첫 아들을 얻다.

애초부터 뜻은 없었으나 27세에 첫 과거를 보다. 처음 본 초급과거이지만 진사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다음해 치른 생원 시험에서는 차석을 하였다.

27세에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 첫 부인과 사별을 하였다.

34세의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나아가다.

39세에 아머니 3년상을 마치다.

03 중년기의 퇴계- 벼슬을 사양하며 참 학문을 추구하는 시소게임을 하다.

불혹의 나이, 40세에 사헌부 지평이 되다.

퇴계는 언제나 높고 깨끗하여, 사욕과 탐욕이 없었다.

어사 이황, 흉년을 구제하고 탐관의 죄를 묻다.

43세부터 물러나려 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하는 퇴계.

풍기군수로 지내면서 소수서원을 만드는 데 기여하다.

조선 유교 사회의 학문 부흥과 교육사업의 주춧돌을 놓다.

50세에 고향 퇴계 시냇가로 물러나 자리를 잡다.

53세에 다히 성균관의 수장인 대사성이 되다.

사단칠정론의 단초를 여는 글을 쓰다.

04 만년의 퇴계- 학문과 연구에 몰입하다.

퇴계, 학문의 원숙기 60대로 들어서다.

도산서당을 완공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다.

나물과 잡곡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뼈를 깎는 공부를 하다.

역락을 만들어 역락의 즐거움을 취하다.

성장하는 후배들의 앞길을 위하여 관직을 거부하다.

인간의 도덕 윤리의 근본을 세우고자 항상 애쓰다.

05 퇴계의 최후- 자신이 거두는 삶에 최선을 다하다.

지나친 예의의 장례는 하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

06 퇴계 사상의 영향- 조선의 학파의 거두에서 세계적인 사상가로 거듭나다.

퇴계의 사상, 근대 일본과 중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다.

자성록을 숙독하고 마음의 눈을 뜬다-야마자끼 안사이.

메이지 시대 일본 국민교육헌장에도 영향을 끼치다.


제2부 자성록- 몸과 마음의 공부법

제1절 벼싹을 잡아 당긴다고 벼가 빨리 자라지 않는다.

제1강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01 공부에 대한 조급증이 마음의 병을 부른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고질병

마음의 병은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살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부질없이 꼬치꼬치 캐어서 억지로 이치를 찾으려 하거나 어리석은 마음으로 “싹을 억지로 잡아당겨 성장을 도우려” 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고 기운을 소진하게 됩니다. 이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병통입니다.

병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에 괴로움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많은 일들을 겪게 되지요. 곤궁함, 출세, 이득, 상실, 명예, 치욕, 이익, 손해 등 모든 것은 너무 깊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이처럼 담아두지 않는 마음을 지니게 되면, 병통의 절반 이상은 이미 나은 바와 다름없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동하는 시간을 줄여보세요. 취미나 욕망을 좇는 생활을 절제하고 마음을 비워 한가하고 담백한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세요. 그림이나 꽃을 감상하거나 시냇물과 산, 물고기와 새를 구경하며 기쁨을 찾는 일도 좋을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조화롭고 편안한 상태에 머물러 있도록 하세요. 마음을 거스르거나 어지럽히지 말며, 노여움이나 원망을 물리치는 것이 치료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마음이 괴로울 정도로 책을 읽지는 마세요

책을 읽되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 심하게 읽지는 마세요.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마음 가는 대로 공부의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치의 깨달음도 날마다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분명히 간파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거기에 숙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즐거이 음미하도록 하세요. 그리하여 마음에 두는 것도 아니요, 두지 않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공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계속해 나가면 저절로 자세한 이해가 따라오게 될 것이며 얻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학문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조급하게 공부의 효과를 보려고 마음을 얽매어서는 안 됩니다.

제2장 ‘마음공부의 적’ 출세·명예욕에 대해 충고하다

03 무르익지 않은 공부로 높은 관직을 바라지 말라

배움이 성취되며 처세에 곤란함이 없다

선비는 세상에 나가 관직을 하든지 집안에 가만히 은거하든지, 때를 만나든지 아니면 만나지 못하든지, 다만 자신의 마음을 닦고 올바른 의리를 행할 따름입니다. 어떤 일이 나에게 복이 될는지 화가 될는지, 그 결과의 좋고 나쁨을 심각하게 논하지 않습니다. 일찍부터 우리나라의 선비 가운데 뜻이 있고 도의를 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화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나라의 땅이 좁고 인심이 각박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행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어 그렇다 할 것입니다. 그 미진함이 다른 무엇이 아닙니다. 아직 공부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처했다거나 시대를 헤아리지 못하면서 세상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는 반드시 실패를 가져오는 길입니다. 그러니 큰 이름을 지고 큰 일을 담당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대를 위하여 오늘 처신해야 할 도리를 말하라 하면, 스스로 지나치게 높은 곳에 처하지 말며, 세상을 다스리는데 서둘러 나서지 말며, 모든 일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용감하게 내세우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잘못한 부분을 지적받기를 좋아하고, 선한 일을 택하기를 즐기고, 오랜 시간 진정으로 노력을 계속해 나가면 덕을 갖추게 되고 도에 이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공은 저절로 높아지며 사업 또한 저절로 넓어질 것이니 비로소 앞에서 말한 세상을 다스리고 도를 행하는 책임을 말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단련해야 세속의 영리에 흔들리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는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고 본성은 모든 착함의 근원입니다. 그러기에 예전의 선비들이 공부에 대해 논의하되 흩어지고 해이해져 놓아버린 마음, 즉 방심 상태를 반드시 거두어 덕성을 기르는 일부터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근본을 이루는 공부이며 도를 이루고 사업을 넓히는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시작하는 요령을 어찌 다른 데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를 주로 하여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라고 하고, “경계하고 삼가며 두려워한다”라고도 하였습니다. 하나를 주로 하는 ‘主一’ 공부는 움직일 때나 가만히 있을 때를 막론하고 통하지만, 경ㄱ?ㅖ하고 삼가는 “戒懼계구”공부는 펼쳐지지 않는 미발에 만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공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통제하며 내면의 마음을 기르는 것이 더욱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런 까닭에 증자는 하루에 세 가지로 살피며 자기반성을 했습니다. 거칠고 거만한 행동을 멀리하고, 얼굴 빛은 믿음성 있게 하며, 더럽고 그릇된 말을 멀리하는 이 세 가지를 귀하게 여긴다고 했으며 공자는 예에 맞지 않으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행동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사물을 접촉하며 대응하는 일이지만, 이 또한 근본을 함양하는 일입니다.

04 명예욕을 잘 다스려라

훌륭한 사람은 선을 행함에 있어 그것이 “명예를 구하는 것이라는 혐의가 없어야 한다”는 경계의 마음은 참으로 자신을 깨우쳐주는 좋은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요. 사람들 중에는 거짓으로 지혜 있는 척하고 본성과 감정을 꾸며 명예를 얻는 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결국 화를 당하는 것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반면 내실이 쌓여서 빛이 나고, 형체가 커져서 소리가 울리며 덕이 충만하여 명예를 드날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그 드높은 명성으로 인해 오히려 비방을 받고 화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05 ‘공부를 잘 한다’는 칭찬을 두려워하라

06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 여기는 마음을 유지하라

오로지 경으로써 마음을 두어 잃지 않도록 깊고 두텁게 함양하십시오. 인간관계에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말을 너무 가볍고 쉽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이것을 오래 실천하여 익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를 잃어버리는 일도 없게 되고 인간관계에서도 예의와 절도에 알맞게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혹 합당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심하게 원망받거나 괴이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2절 앎과 행동은 함께 굴러가는 두 바퀴다

제1강 몸으로 부딪치는 모든 일이 공부다

07 집안 일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정자중에게 답함

옛 사람들은 공부의 근본을 다음과 같은 것에 두었습니다. 어버이를 비롯한 윗사람을 잘 대하고, 동료들을 존중하는 동시에 원만한 관계를 이루며, 자신에게 충실하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며 성실하게 대하는 일, 그 다음에 세상의 여러 가지 일에 나아가 자신의 자질을 닿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집안사람끼리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대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본이 확립되어야 도가 생긴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편지에서 “집안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한 것은 옛사람들의 말과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그대가 집안일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느끼는 것을 일을 맡아 할 때 올바른 도리는 소홀히 여기고 이익이 되는 쪽을 좇아갔기 때문에 그리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바라건대 일을 할 때는 겉으로 드러난 명목을 바꾸지 말도록 하세요. 실제로 일을 하는 마음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버이의 뜻을 잘 따르고 기쁘게 모시는 일에서부터 나머지 다른 일들도 바른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익을 따라 구하던 일도 올바른 도리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집안일은 마음을 갈고 닦는 공부의 출발점이다

소강절의 “마음이 세계를 이해하는 근본 기준이다”라는 말은 사람의 도덕적 기준이나 법칙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남과 나의 구분도 없고, 안과 밖의 구분도 없으며, 부분과 전체의 구분도 없습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혼연히 모든 것을 갖추어 하나의 바탕이 됩니다. 그러므로 본래 마음에 있다든가 바깥의 사물에 있다든가 하는 구별이 없는 것입니다.

마음이 움직여 사물과 마주칠 때, 모든 일과 사물에 있는 이치가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됩니다. 이때 마음이 사물을 주재하여 제각기 법칙에 따라 반응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서 비롯되어 사물의 이치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이치와 사물의 이치는 둘이 아니다

08 생활 속에 세상 이치가 있다, 성찰하라

세상의 이치는 일상생활 곳곳에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하는 말이나 행동에도 있고, 사람을 만나면서 지켜야 할 도덕이나 윤리 가운데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치는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것입니다. 세밀하게 이루어져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이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눈앞에 나타나 있으면서도 형태가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 묘한 것이지요.

이제 공부를 막 시작한 사람ㄷ르은 이러한 이치를 버리기 쉽습니다. 아주 고상하고 심오한 내용이나 원대한 것을 공부하여 이치를 빨리 터득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 훌륭한 자공도 제대로 못했던 일인데 우리가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데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찾아보려는 괜한 수고만 하게 되고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연결도 없이 막연하여 실익이 되지 못합니다.

09 생활공부와 마음공부는 별개가 아니다

정자중에게 답함

“빨리 나아가면 빨리 물러난다”라는 말도 있으니 마음에 잘 간직하여 늘 경계하기 바랍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이 쌓이면 습관처럼 굳어져 본성이 바뀌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되어,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급히 서둘러 얻으려고 하다가 제대로 깨닫지 못하게 되는 점을 염려해야 합니다. 부딪히는 일마다 그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고, 마땅히 행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실천해야 합니다. 다만 이렇게 행해야 할 것을 알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먼저 행하고 나중에 말한다”는 성인의 가르침에 비추어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되고 맙니다.

보내 온 편지에서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공부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살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잡다한 일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보면 공부를 방해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안의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도 어떤 일이건 일을 하는 기준이나 원칙을 세워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요한 곳에서는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번잡한 곳에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기는 정말 어렵겠지요. 반드시 고요한 곳에서 공부를 해야헸다고 고집한다면 그대가 선현들의 격언을 모아 만든 <잡의>도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인 작업이 되지 않을까요?

인간과 사물의 이치는 ‘생-생활’에서 찾아라

생활이나 생명이라고 할 때 쓰는 ‘생’이란 글자는 ‘살아간다’, ‘살아 있다’라는 뜻입니다. ‘태어나고 살고 또 살아감, 즉 삶이 계속하여 끝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세상의 모든 사무를 살게 하는 마음’과 함께 있는 것이 바로 이 ‘생’이란 글자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속하는 생명력과도 통합니다.

공부는 마음과 사물의 이치, 즉 理를 좇는 것이다

제2강 공부에는 마침표가 없다

10 앎과 행동을 분리하지 마라

세상사의 주된 이치는 부모는 섬기는 일에 있다.

11 공부는 끝이 없으며 평생 계속되는 사업이다

공부는 짧은 기간에 완성되지도, 도약하지도 않는다

공부하는 사람의 진면목은 앎과 행동의 일치다

제3절 마음을 붙들어야 참다운 공부가 완성된다

제1강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말하다

글을 읽되 글귀 중에서 일부의 글자가 중요하다고 보게 되면 글의 큰 뜻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글의 큰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글귀에 얽매이면 근심이 앞서게 됩니다.

12 마음 집중을 익히도록 애쓰라

정자중에게 답함

정자는 “공부는 몸에 배이게 익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익히는 일은 어떤 것이건 하나에 전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집중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렇게도 말했지요. “외모를 반듯하게 가다듬고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지녀라. 그래야 한 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게 되면 엉뚱한 생각이 생길 수 없다.” 이런 말들은 병통을 없애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입니다.

마음의 집중, 즉 경은 공부의 필수조건이다.

경은 한 곳에 몰입하여 다른 쪽으로 마음을 쓰지 않는 공부법입니다. 즉 마음을 집중하여 항상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사사로운 욕심이 생기지 않도록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아 자기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13 고요한 곳에서 건강한 정신으로 몰입하라

14 휴식할 때도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라

김돈서에게 답함

사람이 공부를 할 때는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의도함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막론하고 오직 경을 핵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움직일 때도 멈추어 있을 때도 언제나 경을 지녀야 합니다. 이렇게 한시라도 경을 잃지 않게 된다면, 어떤 사념이 사라질 때는 마음이 텅 비어 밝고 순수한 본성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생각을 하면 그 올바른 이치가 환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며 번거로운 근심은 차츰 그 정도가 줄어듭니다.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먼저 마음에 큰 것을 세워 놓으면 사사로운 작은 것에 빼앗기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물을 볼 때는 밝게 보는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총명하게 들을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려고 하면 한 가지만 생각하고 두 가지를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문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오래 노력하면 저절로 각각 그 이치에 맞게 된다는 말 또한 올바른 견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일에 마음을 두 갈래로 쓰지 말라

몰입해야지 집착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 또 큰 일이나 작은 일 무엇이든 마음에 두지 않도록 하세요. ‘둔다’는 말은 한 곳에 집착하여 얽매여 있음을 뜻합니다. 바라는 것을 마음에 두어 조급하게 서둘러 그 효과를 예단하거나 공을 헤아려 이익을 꾀하는 등 각종 폐단이 모두 여기서 생기는 것이니 어떤 일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은 팽개치고 마음의 수련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마음이 고요할 때는 자연의 이치가 본래 그러함을 기르고, 마음이 움직일 때는 사사로운 욕심이 싹트는 기미를 살피면서 그것을 잘라내야 합니다. 이렇게 참된 공부가 쌓이고 오래도록 노력하여 완전히 숙달하게 되면, 고요할 때는 텅 비게 되고 감정이 일어날 때는 바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일의 생활에서 온갖 일이 일어나고 사라지더라도 마음은 그대로 있어 큰 근심이 되지 않습니다.

예쁜 글씨보다 한결같은 글씨가 더 중요하다

숨 한 번 쉬는 동안도 흩어짐이 없게 하라

‘책임 소재를 자기에게서 찾는 것과 남에게서 찾는 것’은 훌륭한 사람과 소인배의 마음가짐을 구별되는 기준입니다. 남의 선악을 보고 자신의 선악을 찾는다면, 이것은 바로 “훌륭한 사람은 자신을 살펴보고 자신에게서 책임 소재를 찾는다”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미워하는 자들만이 자기 자신을 닦는 일에 힘쓰지 않고 남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바깥으로만 치달을 뿐 자신을 다스리는 일에는 소홀하기 때문입니다.

빨리 성공하려 하니 옛 공부에 소홀해진다

남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함은 사람이 험악하고 야박한 습관을 기르게 되는 것을 염려해서입니다. 본래 성실과 사랑에 근본을 두고 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중요한 것입니다. 옛 성현들도 당시 인물들의 장단점을 논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어찌 그것을 모두 좋지 않다고 하여 금지하여 끊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 마음에 무엇을 두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린 것입니다.

평소 큰 일이 없을 때는 근본을 함양하는 시기입니다. 밖으로는 엄격하게 생각하는 듯이 하고 마음으로는 한 가지 일을 주로 하여 항상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생각이 싹트면 잘못된 것을 막고 도리를 가려 보존하도록 해야지, 생각 자체를 떨어버리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일이 없을 때는 고요하게 마음을 길러야 합니다.

앉는 법과 공부에도 심오한 상관관계가 있다

부질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라

제2강 함양과 체찰을 거듭 강조하다

마음을 비우고 이치를 살필 뿐, 먼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지 말고 점점 공부를 쌓아 완전히 무르익게 하세요. 시간과 개월 수를 헤아리며 짧은 시간 내에 효과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만둘 수 없는 것으로 평생 노력해야 합니다.

15 인의예지를 체득하라

인간본성을 드러내는 사단칠정은 마음공부와 통한다

16 잘못 배운 것은 몸소 바로잡는 용기를 지녀라

궁리와 거경은 반드시 함께 실천해야 빛난다

궁리와 거경 공부는 머리가 되기도 하고 꼬리가 되기도 하여 한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두 가지 공부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로 나누어짐을 염려해서는 안 됩니다. 궁리와 거경은 반드시 함께 진행시켜야 합니다. 뒤로 미루지 말고 곧바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머뭇거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힘써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이치를 살피면서 먼저 자신의 견해를 내세우지 마세요. 점점 공부를 쌓아 완전히 무르익혀야 합니다. 시간과 개월 수를 헤아리며 짧은 시간 내에 효과가 있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완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 그만둘 수 없는 것으로 평생을 노력해야 합니다. 이치가 완전히 이해되고 경이 오로지 한결같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저절로 얻어지는 것입니다.

궁리한 다음 실천 속에서 분명하게 체득해야 진정한 앎이 되는 것입니다.

이치를 탐구하는 대원칙: 실타래 풀듯 하라

격물치지에 힘써라

이치를 아는 것보다 실천하기가 더 어렵다

격물하고 궁리하는 까닭은 옳고 그른 것, 선과 악을 연구하고 밝혀서 옳음을 취하고 그른 것을 버리는 데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치를 앎에 있어서 어려움이 아니라 행함에 따르는 어려움입니다. 이는 단순히 행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참 된 것을 쌓고 힘쓰기를 오래도록 하여 익숙하게 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4절 폭넓게 보라, 교류하라, 그리고 통하라

제1강 겉핥기식 공부를 꾸짖다

17 성현의 말을 앵무새처럼 읊지 마라

경속의 지혜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지혜를 쌓아라

18 넓게 익히고 정밀하게 파라

공자의 공부는 충서 하나로 꿰뚫었다

널리 알고 힘쓰는 일을 함께 하라

옛날 현명한 왕들이 사람을 가르친 양식은 <소학>과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잇습니다. 소학의 가르침은 본래 인간의 삶에서 세세하고 구체적인 부분들을 닦기 위한 내용을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학의 가르침은 그 규모가 아주 넓습니다. 그러나 앎의 경우에는, 사물에 실제로 부딪쳐서 연구하여 아는 격물과 치지를 말하였고, 실천-행-의 경우에는 뜻을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몸을 닦는, 곧 성의-정심-수신으로부터 가문을 가지런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제가-치국-평천하에 이르기까지 그 가르침의 일정한 순서가 있습니다. 대학은 배움의 실속에 대해 힘을 쓰는 일을 이와같이 체계적으로 밝혀 두었습니다. 다스림-치-의 경우, 내면의 마음을 보존하는 존심과 외부 세계로 나아가 다스리는 출치의 근본을 말한 것입니다.

<중용>에서 말하는, “널리 배운다”라는 의미의 박학은 앎에 이르는 작업인 치지에 해당되며, ‘자세히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분별하며, 최선을 다하는 실천’인 심문-신사(愼思)-명변(明辯)-독행(篤行)은 힘써 행하는 일인 역행에 해당됩니다. 유교는 치지와 역행,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에 맞는 말이 있듯 공부도 따라야 할 순서가 있다

공부는 순서에 따라 해야 하고, 말은 때에 맞아야 귀한 것이 됩니다.

자세히 배우지 않고 일언반구만 믿어서야 되겠는가

유학자의 배움은 높은 곳을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하고, 먼 곳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낮은 데서 시작하고 가까운 데서 시작하는 것이 둘러가거나 더딘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곳과 가까운 곳을 버리고 어디에서 높고 먼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공부를 하며 힘을 써서 조금씩 나아가는 동안, 높고 먼 곳은 낮고 가까운 곳이 되어 닿을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19 갈라진 지류를 보고 근원으로 착각하지 말라

수기치인의 뜻을 좇아 배우고 행동하라

진리를 잘못 이해해 은폐하는 과오를 범하지 마라

제2강 나만의 지식 감옥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라

정직하고 성실한 벗을 사귀어 유익함을 구하는 까닭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계몽하기 위한 것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벗을 사귀는 일을 매우 진솔하게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그것은 정말 가볍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20 진솔한 벗을 사귀어 유익함을 구하라

나의 어리석음을 계몽해줄 사람이 있어 기쁘다

높은 덕을 쌓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갑자기 정치를 맡게 되면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여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 완전히 신뢰받지 못하면서 억지로 떠들어대면 스스로 치욕거리가 되고 맙니다. 옛 사람들이 걸리고 넘어진 실패의 사례를 보면 모두 이러한 부족함에서 비롯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만 있는 줄 알지 말고 남이 있는 줄도 알아야

21 후배·제자의 물음에 겸손하게 답하라


제3부 마음을 다스리는 실천의 지혜

활인심방(活人心方)

1.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예방과 치료 두 가가지만, 병의 근원은 하나이다. 이는 모두 마음에서 비롯한다.

노자는 말하여. “마음은 정신의 주인이 되고 고요함과 움직임은 모두 마음에 따른다.” 때문에 마음은 도의 근본이 되고 화의 원인이 된다. 마음이 고요하면 모든 일에 태연하고 맥박의 흐름이 활발하다. 그러나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면 기혈의 흐름이 고르지 못하고 탁하여 온갖 병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성품이 차분하면 정신이 평안해지고 마음이 산란하면 정신이 피로하다. 따라서 참됨을 지키면 저절로 뜻이 가득차게 된다. 여러 가지 일을 복잡하게 추구하면 생각이 얽히고 설켜 정신이 산란하게 되고, 정신이 산란하게 되면 기운이 흩어져 병이 생기게 되며, 결국은 죽게 된다. 이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말인 것 같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를 심오하게 표현한 것이다.

2. 사람을 살리는 지혜

옛날 훌륭한 의원은 사람의 마음을 살펴 병을 예방하고 다스려 주었다. 오늘날의 의원은 몸에 증상으로 나타난 병만 고치려 하고 그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핵심을 파악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좇아가기 때문이다. 병을 고치는 핵심은 ㅂㅇ이 생긴 원인을 확인하여 그것에 대처하는 일이다.

병도 하늘이 주는 형벌로서의 병이 있고, 스스로 죄를 지어 생기는 병이 있다. 하늘이 주는 병은 타고나면서 신체가 온전히 못한 경우를 말한다. 날 때부터 얼굴에 보기 흉한 부스럼이나 혹이 달린 사람도 있고 전염으로 병을 앓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 죄를 지어 생기는 병은 생활이 불규칙하여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를 들 수 있다. 바람을 많이 쐬거나 찬 기운, 더위, 습기 등에 지나치게 노출될 때, 술이나 여색에 빠졌을 때, 욕망에 젖어 재물을 탐할 때, 좋지 않은 기운에 감정이 상하거나 물욕에 사로잡힐 때, 음양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이런 생활 방식 때문에 바깥은 좋지 않은 기운이 침투하여 사람이 해를 받게 된다. 이를 두고 병은 마음에 만들어진다고 하며 동시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짚어 몸이 다친다라고도 하는 것이다.

몸의 병을 고치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참된 사람의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마음 가운데에 있는 의심과 염려, 잡념 등 일체의 그릇된 생각, 불평과 차별심을 모두 버리게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악과 과실을 회개하여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지닐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마음에 진정으로 깨닫고 시원함을 느끼면, 마음은 저절로 맑아지고 병은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나아 버린다. 이것이 바로 참된 사람이 올바른 공부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병을 고치는 법칙이다.

참된 사람의 가르침은 우주자연의 원리와 질서를 자기의 마음으로 삼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한다.

“훌륭한 선비는 올바른 인간의 길에 대해 들으면 힘써 실천하고 조금 공부했다고 하는 선비는 그것을 들으면 실천하기도 하고 않기도 하며 좀 모자라는 선비는 비웃고 조롱하니, 못난 자가 듣고 웃지 않으면 그것은 올바른 인간의 길이 아니다.”

“길은 알기는 쉬우나 믿기 어렵고 길은 믿기 쉬우나 실천하기 어렵고 길은 실천하기 쉬우나 얻기 어렵고 길은 얻기 쉬우나 지키기 어렵다.

3. 공부와 운동

한 사물을 오래 보면 마음이 상하여 혈이 손상된다. 한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비(지라)가 상하여 육이 손상된다. 너무 오래 누워 있으면 폐(허파)가 상하여 기(기운)가 손상된다. 너무 오래 걸으면 간이 상하여 근(힘줄)이 손상된다.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신(콩팥)이 상하여 골이 손상된다.

4. 공부와 운동 부족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몸이 노곤해진다. 그렇다고 큰 일이나 작은 일에 매여 하루 종일 허덕일 필요는 없지만, 몸이 노곤한 경우는 한가한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한가로이 노는 사람은 기운을 쓰는 일이 적다. 또한 배부르게 먹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때가 많다. 그러므로 경맥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응어리져서 그렇게 된다.

5. 마음 다스리기

마음은 고요하고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음공부를 하면, 쉽게 병이 생겨나지 않는다. 이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6. 정신 가다듬기

정신에서 정은 신의 근본이다. 형체가 없어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는 신의 주체이고 모습으로 드러난 형은 신의 집이 된다. 신을 지나치게 쓰면 비게 되고, 정을 지나치게 쓰면 마르게 되며, 기를 지나치게 쓰면 끊어지게 된다. 사람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신이고 형이 의탁하는 것은 기이다. 기가 쇠약해지면 형이 소모가 되는데, 그러고도 오래 살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하였다.

유는 무로 인해 생기고 형은 신을 기다려 성립되는 것이므로 유는 무의 숙소이고 형은 신의 집이다. 집을 온전히 하여 생명력을 안전하게 지속하고 몸을 닦아 신을 기르지 않는다면, 기가 흩어져 허공으로 돌아가 정처없이 떠돌게 됨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몸이 수고스러우면 신이 흩어지고 기가 수고스러우면 수명이 끝난다. 형이 마르면 신이 죽고 신이 죽으면 정령이 떠난다. 이미 떠난 것은 돌이킬 수 없고 썩은 것은 살아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혼은 양이고 백은 음이니, 신은 기의 옷을 입고 형은 곡식을 먹는다. 기가 맑으면 신이 상쾌해지고, 형시 수고스러우면 기가 탁해진다. 기의 옷을 입은 사람은 천 년 백 년이 가도 죽지 않는다. 그리하여 몸이 하늘을 낡게 된다. 곡식을 먹는 사람은 천년 백년도록 살지 못하고 적절한 시점에서 죽는다. 그리하여 형이 땅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죽기 때문에 형을 땅으로 돌아가고 혼은 하늘을 올라가며 백은 샘으로 떨어진다. 물고 불이 나누어 흩어져서 제각기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는 한 덩어리였다가 죽으면 부서지고 없어지므로, 날아오르고 잠기는 것이 제각기 다르다.

우주 자연의 운행 질서에 비추어 보면, 나무는 불로 태우면 연기가 위로 올라가고 재는 아래로 잠겨 버리는 것과 같다. 신명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의 근본이고 정기는 모든 사물의 몸체다. 그 형체를 온전히 하면 생명력이 넘치고 그 정기를 기르면 성명이 오래도록 보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