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허경희, 인문산책)

기독항해자 2012. 4. 17. 16:57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허경희, 인문산책), 2012년 4월에 읽음



1. 인문 여행의 첫걸음, 인도를 가다!

2009년 한국과 인도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며, 2010년에는 그 체결이 발효될 전망이다. 이는 곧 한국과 인도가 경제적 동반자의 관계로 재정립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또한 인도의 국가경쟁력은 괄목할 만하여 점차 국제적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명상의 나라, 가난한 나라, 신화의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책은 5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인도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인문학으로 인도를 바라보려는 시각이다. 우리 사회에 인도여행에 대한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이다. 당시는 70년대의 유럽인과 80년대의 일본인들이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정신의 피폐함을 반성하면서 인도를 찾았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인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인문여행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소개되는 이 책은 여성여행자의 인도이야기를 통해 5천 년 역사의 나라로 인문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2. 치유와 소통을 위해 인도로 떠난 여성여행자 이야기

오늘날 여성들은 일을 통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갖고자 한다. 사회에서 주어진 여성의 역할에 만족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 만큼 남성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내면의 갈등과 상처는 여성들에게 여행이라는 탈출을 꿈꾸게 한다. 저자의 출발도 여행을 통한 ‘자아 찾기’로 시작한다. 자신이 원하는 열매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인도라는 대륙을 구석구석 누비면서 나와 다른 이들의 삶과 문화를 바라보며 자신의 뿌리를 내릴 땅을 찾아 나선다. 인도는 여행자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나라이다. 종교의 문제, 빈부의 문제, 남녀의 문제, 지배와 자유의 문제, 존재의 문제 등 철학과 현실의 모든 문제들을 대면해야 하는 나라이다. 저자는 힌두교에 대한 논쟁이 탄생시킨 우파니샤드 철학과 불교의 정신을 탐색하기도 하고,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벌인 치열한 종교 전쟁의 유적지에 서기도 하며, 가난한 이들과 부자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현장에 있기도 하고, 사랑과 증오의 극단적 이야기를 보기도 하며, 식민 지배의 역사가 남긴 상처와 자유의 소중함을 체험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이 덧없이 느껴지는 강가에 이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우정을 맺는 방법을 알게 된다. 여행의 끝에서 저자는 여행이란 나를 비우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을 들끓게 한 혼란을 비우고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여행을 통한 저자의 치열한 자아 찾기는 결국 인도라는 한 나라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재미일 것이다. 한 여성여행자의 자아 찾기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인도라는 거대한 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기쁨을 책에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3. 인도의 발견―문학이 문화가 되고 종교가 되고 삶이 되는 나라!

그렇다면 저자가 발견한 인도는 어떤 나라일까. 그것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다. 바로 인도는 문학의 나라라는 것! 인도인들은 기원전 1500년에서 1000년에 쓰여진 「리그 베다」나 기원전후에 쓰여진 「라마야나」,「마하바라타」,「바가바드 기타」등 오래된 고전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신을 발견하고, 인간의 도리를 깨달으며, 현실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흔히 인도는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라는 아주 독특한 종교와 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이민족의 침입에도 이 믿음은 깨지지 않고 5천 년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저자는 이 강고한 내부 체계가 어떻게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 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텍스트에 있음을 알게 된다. 텍스트가 존재하는 나라. 그 텍스트 속에서 전통을 유지하고 변화시키는 나라. 문학이 문화가 되고 종교가 되고 삶이 되는 나라. 한 마디로 ‘고전을 가지고 시대에 맞게 제목과 표지만을 바꿔 출판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에게 인도는 문학적인, 너무나 문학적인 나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고전 문학이 현재도 읽히고 있고, 많은 인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는 역사와 문화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나라이다. 한편, 인도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우리에게는 과연 어떤 텍스트가 있는지 반문하게 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는데, 이 물음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너에게 누구인가?”

이 물음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성찰에 이르게 하며, 여행이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타자와의 소통’에서는 인도인들과 생활하며 겪은 이야기를 통해 인도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2부 ‘자기 성찰의 시간’에서는 자기 성찰을 위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3부 ‘인문학으로 인도를 보다’에서는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며 느낀 인도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인도를 재발견해 나간다.(출판사 서평)


여행은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여행은 타자를 통해 나를 보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어떤 사람들은 여행기를 읽는다. 나는 여행기를 읽는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창을 통해서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