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과 삶/크리스천과 독서

재상(박운규 지음, 이가서)

기독항해자 2012. 4. 6. 11:18

재상(박운규 지음, 이가서), 2012년 4월에 읽음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중국 명재상들의 열전을 담은 책. 문왕,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천자의 나라로 세운 강태공에서부터 촉한의 재상으로 유비와 유선을 보좌한 제갈량까지 15인의 재상을 소개하고 있다. 역대 재상들의 인물 이야기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상고의 재상들을 도의 체득자로 설정하여 도에 대해 탐구하였다. 이 책은 정사와 야사의 다양한 일화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한 편의 소설처럼 역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재상의 내력과 직임의 특징, 자질, 그리고 각 재상의 명칭과 특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여 재상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왕조사로 이해한다. 최근에는 민중사로 바라보려는 시각도 많아졌다. 그런데 하늘인 왕과 민초들 사이에서 그들을 중재하며 실질적으로 역사를 주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재상이다. 재상을 ‘만인지상 일인지하’라 하여 신하의 우두머리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이 책은 그러한 인식을 거부한다. 하늘과 땅이 음양으로 공존하듯이 왕과 재상도 서로 대등하다고 본다. 왕은 하늘의 대리자이며 재상은 땅 모든 민중의 대리자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은 왕을 내리고 땅은 재상을 세운다’는 논리로, 왕과 재상은 역사를 주도한 오랜 러닝메이트라는 특이한 견해를 제시한다. 그러한 주장의 내막에는 독특한 논리가 있다. 『설원』에서는 재상을 일컬어 ‘대도에 통달한 자’로 규정한 데 주목해 그들이 제왕의 사부가 되어 보필했다고 주장한다. 왕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요순 시대는 왕권이 도의 성취 여부에 따라 전해졌다. 그러나 하왕조 이후 한 집안에서 세습하게 되어 왕들은 도에서 멀어졌다. 그때도 당대의 가장 뛰어난 현사인 재상은 도를 잃지 않고 왕을 계도하며 백성을 교화하고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가 흐르면서 재상도 변화를 겪는다. 상고의 재상인 이윤, 백리해, 강태공, 관중 등은 도에 근접해 있으나, 공손앙, 범휴, 이사, 소진 등 춘추 전국의 재상들은 책사이며 유세가에 지나지 않았고, 진시황 이후 재상들은 온전히 신하가 되었다. 유교가 정착된 후로는 문신 관료의 우두머리로 천착해간다. 이런 과정 속에서도 재상들은 역사의 격랑을 중심에서 감당하고 극복해내는 주재자로 활약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좋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 뽑히길 원한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정당정치는 한 사람의 정치신념과는 상관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 흘러가게 된다. 앞으로 좋은 자질의 국회의원들이 뽑힌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당의 당리당략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당정치의 한계다. 이 세상에는 완전 무결한 것은 없다. 국민이 지혜롭게 될 때만, 국정은 바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국민들이 우민화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국민이 지혜로와지면 자신들이 마음대로 국정을 논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도 명재상이 있어서 명군을 만들어 내었다. 세종에게는 황희가 있었고, 정조에게는 채재공이 있었다. 황희, 채재공 같은 국회의원들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