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면(박노해) 길이 끝나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6.01
시간 여행자 시간 여행자 우리는 모두 여행자다 우리는 모두 시간 여행자다 우리는 모두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간을 여행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각자의 시간을 여행한다 우리는 우주라는 공간을 시간 여행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별이라는 우주선에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나만의 시간을.. 일상/일상시 2016.06.01
알치 가는 길(배경숙) 알치 가는 길(배경숙) - 라다크 1 저마다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신의 축복을 비는 농부의 발원도 뱃속 깊은 장사꾼도 목적지를 모르는 아기의 무심한 여행도 떠도는 성자의 정처 없는 발걸음도 여행을 나서는 떠들썩함 위로 세속의 옷 속에 감춰진 환상이 또렷이 드러났다 옅은 안개가 세찬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6.01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날에는 창룡문 앞 바람의 언덕에 가자 바람의 언덕에서 연을 띄우자 꿈을 추억을 사랑을 우정을 담은 연을 날리자 바람 부는 날에는 창룡문 앞 바람의 언덕에 오르자 바람의 언덕에서 연을 날리자 용서를 화해를 평화를 화합을 담은 연을 띄우자 바람 부는 날.. 일상/일상시 2016.05.30
사평역에서(곽재구)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5.30
꽃(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5.30
연꽃 핀 날(원성스님) 연꽃 핀 날 연꽃이 피었습니다. 하늘의 정성과 땅의 인연으로 어둔 진흙을 딛고 일어나 꽃잎을 틔웠습니다. 님께 드리워질 꽃의 향그러움과 꽃분은 순풍을 따라 허공에 흩어지고 노송에 걸린 햇살 꽃숲을 비추어 온몸엔 붉고 푸른 그림자 무늬지워요. 이른 아침 맑은 이슬 담아 꽃을 끌어..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5.30
나는 누구인가(디트리히 본회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나를 말하기를 나는 감방에서 걸어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의 성에서 걸어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 다정..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5.30
십자가의 모든 것(십자가의 성 요한) 십자가의 모든 것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