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시

이 집의 주인은 하나님

기독항해자 2021. 4. 21. 09:57

나는 한 동안 나를 데려갈 버스를 

기다리느라 서성거렸다

나를 데려갈 버스는 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버스를 타고 떠나갈 때도

나는 우두커니 쳐다 보기만 했다

 

나는 더 이상 버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를 데려갈 버스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내가 수원에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듣고 왔다

 

언제부턴가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냐고

물론 최종 결정은 내가 내렸다

12년전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아무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오라는 곳도 없었다

청빙을 받아 가는 교회마다 설교를 하고

나를 뽑아 주세요라고 한껏 내세웠지만

이미 청빙자는 내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청빙설교를 하면서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청빙까지 간 교회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마음이 안 들었는지 캔슬되었다

그러면서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는 학생들이 천 명이 넘었다

그 중에 한 명을 선발하는 것이다

나는 포기를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포기가 빠르다

 

그렇게 해서 수원에 오게 되었다

이 건물에서 산 지 12년 째다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까지 올라왔다

나는 살아오면서 가장 좋은 공간에서 산다

햇볕이 원없이 들어오는 남향집 방에서 산다

항상 쾌쾌한 냄새가 나는 집을 전전했는데

거기에 비하면 천국이다

그런데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이제는 아니다

여기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공간이다

하나님께서 떠나라고 할 때까지 나는 여기에 머물 것이다

이 집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이 집의 주인이 따로 있지만 나에게 이 집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떠나라 말씀하실 때까지 나는 더 이상 버스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도 더 이상 서성거리지 않는다

 

 

 

'일상 > 일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가  (0) 2021.04.24
나의 고백  (0) 2021.04.22
하나님의 은혜로  (0) 2021.04.20
감사의 식탁  (0) 2021.04.19
당연한 건 없네  (0)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