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요한계시록

마이클 고먼을 따라 읽기 4

기독항해자 2021. 1. 19. 15:37

3. 세 번째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을 시 또는 신학시로 보는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이 접근법을 따르는 이들은 요한계시록이 신화 혹은 시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하나님과 악과 역사 등에 관한 큰 진리들을 표현한다고 주장한다.

이 접근법은 가끔씩 이상주의자의 접근법이나 영적 접근법이나 비역사적 접근법이나 시간을 초월한 접근법 또는 시간을 관통하는 접근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을 예언으로 보는 접근법이 범하는 해석 남용 사례들과 요한계시록을 순전히 그 시대 역사를 놓고 말한 것으로 보는 접근법에 대응하면서 늘 다소간 반동 성향을 띠었다.

3세기 알레고리 성경 해석의 거봉이었돈 오리게네스 같은 교부들은 물론이요 그 정도는 덜했지만 티코니우스라는 해석자가 남긴 작품을 토대로 해석을 펼쳐 보인 아우구수티누스(354-430)는 요한계시록을 미래 일을 말한 책으로 보는 해석에 반대했다.

 

폴 미니어(1906-2007, 미국 신약신학자로 예일대 명예 교수였다)는 요한계시록을 "생기빌랄하고 열정이 넘치는 온갖 생각의 춤"이라 불렀고, 스위트는 요한계시록이 "이성이 돋보이는 담화라기보다 음악에 더 가깝다"라고 말했다.

유진 피터슨은 요한계시록에 "해독을 요구하지 않고 도리어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신학시"라는 이름표를 붙였으며 리처드 헤이스는 요한계시록의 "신학시적" 언어에 대해 글을 썼다.

이들은 요한계시록을 암호로 보고 암호 해독에 치중하는 접근법을 그 접근법이 과거에 초점을 맞추느냐 혹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느냐와 상관없이 요한계시록의 장르와 언어를 무시한 것이라며 거부한다.

이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의 중요성과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진리가 로마 그리고 이 요한계시록을 기록할 당시의 특수한 역사 정황에만 적용되거나 미래에 있으리라 추정하는 사실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4. 네 번째 접근법은 정치 혹은 하나님의 정치라는 관점에서 요한계시록을 바라보는 접근법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을 예언으로 보는 세대주의적 접근법이 정치와 관련하여 암시하는 의미를 염두에 둔다기보다는 요한계시록을 본디 위로와 저항을 담은 문서로 보는 견해를 염두에 둔다.

위로와 저항이란 말은 남아프리카 신학자인 앨런 부섹(1945-, 남아프리카 목회자요 정치 운동가이며 신학자다)이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에 쓴 요한계시록 해석서 제목인 "위로와 저항"에서 빌려왔다.

미국 평화 운동가인 대니얼 베리건(1921-, 미국 가톨릭 사제요 시인이며 평화 운동가이다)과 남미 해방 신학자인 파블로 리차르도도 요한계시록을 다룬 비슷한 분량의 책을 내놓았다.

다른 이들은 역사 쪽에 더 치충한 접근법과 정의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혼합하거나(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역사 쪽에 더 치중한 접근법과 반제국주의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혼합했다(하워드 브룩과 앤터니 과더의 경우).

마틴 루터 킹도 그가 쓴 "버밍햄 감옥에서 쓴 서신"과 설교들에서 요한계시록을 원용했다.

하나님의 정치라는 관점에서 요한계시록에 다가가는 방법은 불의를 비판하거나 변화와 정의를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양자 모두에게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5. 다섯 번째 접근법은 목회-예언의 시각에서 요한계시록을 바라보는 접근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을 무엇보다 교회가 적대 세력과 벌일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신실함을 지키게끔 독려할 목적으로 그리스도인이 쓴 문서로 본다.

고먼은 찰스 탤버트를 인용한다.

찰스 탤버트는 미국 신약신학자이며 베일러 대학교 석좌 교수이다.

이 접근법과 꼼꼼한 역사 연구를 결합한 주석가가 찰스 탤버트다.

탤버트는 요한계시록이 "순결한 영호을 지키고 일편단심으로 하나님을 섬기게 하는, 혹은 첫 번째 계명을 신실히 지키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써놓았다.

 

목회-예언의 시각에서 요한계시록에 접근하는 이 방법은 앞서 말한 두 접근법과 긴밀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은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바벨론을 단지 로마라 말할지 모른다.

미래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을 따르는 사람은  그 바벨론이 (요한계시록의 기록 시점으로부터) 미래인 현대 유럽에 나타난 로마 제국의 변형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마지막에 살펴본 세 접근법은 서로 비슷하다.

이 접근법들은 새로운 상황에 응전하면서 단수히 어떤 말씀이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 따지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과 악과 제국과 시민 종교처럼 좀 더 시대를 초월한 관심사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고먼은 과거나 미래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요한계시록이 현재 교회에 주시는 말씀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한계시록을 시로 보는 접근법, 정치라는 관점에서 요한계시록을 바라보는 접근법, 목회-예언적인 시각에서 요한계시록을 바라보는 접근법을 결합한다.

고먼은 요한계시록이 1세기 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기초로 삼아 이 시대 상황에서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가운데 이 시대 현실과 1세기 현실의 유사점을 찾아내는 한편,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가 맞을 미래에 주어진 약속으로서 특히 요한계시록 21-22장에 들어 있는 내용을 늘 주목하여 살펴봄으로써 이 세 가지 접근법을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이를 바로잡는, 책임 있는 일반 해석의 원리

 

요한계시록을 해석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해독제

실수1. 요한계시록이 묵시적 성격을 가진 점 그리고 묵시 문학의 성격과 기능을 인식하지 못함

해독제1. 묵시 문학의 특징(상징주의, 시, 상상에 호소함)과 위로하고 도전하며 소망과 경고를 제시하는 묵시 문학의 기능을 이해함

실수2. 요한계시록을 그 시대 산물이자 그 시대에 주는 메시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음

해독제2. 무엇보다 요한계시록이 1세기 말 소아시아 신자들에게 말하고자 했을 의미를 밝혀줄 실마리를 찾아봄

실수3. 예언과 역사는 현재 틀림없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의심스러운 가설을 토대로 묵시가 말하는 상징과 환상이 이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제멋대로 해석함

해독제3. 21세기 틀보다 우선 1세기 틀 속에서 요한계시록이 제시한 상징을 해석해보고, 요한계시록의 풍부한 상징이 문자적이고 특수한 미래의 현실보다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시대의 현실과 비슷한 이 시대의 현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 봄.

실수4. 장차 일어날 사건을 이해한답시고 성경을 짜 맞춰야 할 조각들로 이루어진-여기 이 책에서 가져온 본문과 저기 저 책에서 가져온 본문 등으로 구성된-퍼즐처럼 다룸

해독제4. 요한계시록을 비롯하여 성경 각 책을 전체로 그리고 그 맥락을 고려하여 읽어냄으로써 요한계시록이 던지는 독특한 메시지를 찾아냄

실수5. 요한계시록에 나온 짐승의 정체, 아마겟돈, 천년왕국의 길이와 임할 날처럼, 요한계시록에서 확실히 알 수 없는 것들이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의 의미가 뭔지 묻는 물음(때로 그릇된 물음)에 집착함. 천년왕국에 관한 특정 견해를 축으로 삼아 요한계시록 전체를 읽어내는 경우도 이런 실수에 해당한다.

해독제5. 세부 사항보다 더 큰 주제를 제시하는 문제들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요한계시록이 신학적/영적 문제들과 관련하여 절도 있고 넓은 지식에 근거한 심상에 호소력을 발휘하게 하며, 요한계시록을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비디오처럼 다루지 않음

실수6. 요한계시록을 더 커다란 기독교 전통과 이 시대 학문 연구에 비추어 듣지 못함.

해독제 6. 홀 린지, 팀 라헤이, 제리 젠킨스, 데이비드 제리마이어 같은 사람들이 요한계시록의 으뜸 해석자나, 유일한 해석자나, 가장 뛰어난 해석자가 아님을 유념하기

 

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그리고 이와 비슷한 요한계시록 해석)의 문제점

 

이 작품은 7천 5백만 부 정도 팔린 것으로 고먼은 본다.

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 자체 혹은 다른 수많은 출판물이 제시한 접근법은 미국은 물론, 십중팔구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요한계시록 해석 방법임이 분명하다.

레프트 비하인드가 따르는 접근법은 해석학과 신학 그리고 정치적인 약점을 포함하여 요한계시록 해석 방법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고먼은 보고 있다.

 

 

레프트 비하인드식 접근법이 가진 해석 문제

 

1. 이 시리즈는 사실 픽션이라기보다 예고편 DVD처럼 신학과 미래를 예견하는 다큐멘타리의 결합물이다.

성경의 예언을 "미리 기록해 놓은 역사"로 보기 때문이다.

이 책과 라헤이가 쓴 주석이 일치하는 것은 의미심장하긴 해도 놀랍지는 않다.

 

2. 이 시리즈는 성경을 짜 맞춰야 할 퍼즐로서 미래 일을 일러주는 기록으로 다룬다.

이 시리즈는 맥락(정황)과 상관없이 여러 책에서 여러 본문을 뽑아 짜 맞춘 다음, 이를 현재 사건이나 앞으로 일어나리라 예상하는 사건과 연결한다.

사람들은 이 방법을 때로 성경 "돌차기 놀이"라 불렀다.

돌차기 놀이는 땅바닥에 여러 형태의 선을 그어놓고 일정한 순서에 따라 앙감질(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어가는 것)로 돌을 차면서 나가는 어린이놀이를 말한다.

이렇게 짜 맞춘 결과, 조각 누비이불이 하나 만들어졌으며, 이 누비이불에서는 요한계시록에 있는 장면들이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선명하게 주제를 전달해준다.

 

3. 이 책은 성경을 글자 그대로 따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설령 그렇다 해도 본문을 마음대로 골라 뽑았을 뿐이다.

차라리 이 책은 자기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곳들을 찾아 자기 생각과 그곳을 서로 연결했다고 말하는 게 더 나으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을 글자 그대로 따르거나 또는 유추한 것과 정반대 방법을 썼다.

 

4. 이 책은 예언 문학과 묵시 문학의 본질과 기능을 오해한다.

아울러 이 책에서 사용한 모든 성경 본문은 대단히 잘못 해석되었다.

예언은 단순히 앞일을 미리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묵시 역시 상징의 의미가 크다.

 

5. 이 책은 재림을 다루면서 성경에 있지도 않은 요소들을 성경에서 찾아낸다.

가령 요한계시록이 예수께서 두 번에 걸쳐 오신다고 말하며 휴거를 말한다고 본 것이 그 예다.

 

6. 이 책은 19세기 신학이 만들어낸 세대주의라는 이질적인 틀을 고대에 쓰인 성경 본문에 도입한다.

 

7. 이 책은 휴거와 환난이 우리에게 임박했으며 실제로 이 휴거와 환난만이 중요하다고 가정한다.

 

8. 이 책은 요한계시록에서 가중 중요한 움직임을 놓친다.

그 움직임은 시간에 따른 움직임이 아니라 신학에 따른 움직임이다.

요한계시록이 알파이자 오메가이신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요한계시록이 "휴거로부터 천년왕국으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으로 움직여감"을 뜻한다.

 

레프트 비하인드식 접근법이 가진 신학적, 영적인 문제

 

1. 이 시리즈는 신약 성경이 "마지막 때"를 언급한 말들을 오해한다.

신약 성경에서는 "마지막 때"가 예수의 초림부터 재림에 이르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2. 이 시리즈는 복음을 "하나님과 예수와 휴거와 영광스러운 나타나심"으로 축소하여 결국 예수의 재림을 둘러싸고 일어날 사건들의 세부 내용에만 몰두하는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3. 이 시리즈는 회심의 으뜸가는 이유를 두려움으로 돌린다.

 

4. 이 시리즈는 제자도를

a. 휴거 받지 못한 채 남아 있거나 멸망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예수의 죽음을 믿음

b. 다른 사람들이 휴거 받지 못한 채 남아 있거나 멸망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함

c. 성경의 예언과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을 연계함

d. 복음/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죽거나 죽을 준비를 함으로 축소한다.

 

5. 이 시리즈는 도피주의를 따르고 있어서 두 시대 사이, 예수의 초림과 재림 사이에 계속 견지해야 할 삶의 윤리를 갖고 있지 않다.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로운 일을 행하며 평강과 정의를 이루는 일을 하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이는 데살로니가전서가 재림이 임박했다고 말하면서도 윤리를 말하는 것에 어긋난다.

실제로 데살로니가전서는 재림을 소망하면서도 삶의 윤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6. 이 시리즈는 애초부터 전쟁을 좋아한다.

평화주의나 국제 협력이나 비무장과 닮은 것은 어떤 것이든 사탄으로 생각하며, 신자는 정복자이신 예수의 재림을 승리를 보장한 진짜 전쟁에 참여하라는 부름을 받았다고 본다.

그리스도를 믿는 영웅들은 예수와 함께 하면서, 우지 기관총과 같은 무기를 들고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우지(히브리어: עוזי, UZI) 기관총은 이스라엘의 우지 갈(Uziel Gal)소령이 개발한 기관단총이다.

이스라엘 체코슬로바키아 Vz23, Vz25 기관단총을 수입해서 사용했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가 1952년부터 친아랍 외교노선을 택하면서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의 기관단총 수입이 어렵게 되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기관단총의 자체 개발을 시도하게 되고, 여러 후보들 중 Uziel Gal소령의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7. 이 시리즈는 애초부터 가톨릭에 반대한다.

선하고 구원받은 가톨릭 신자들은 본디 개신교 신자라고 본다.

 

8. 이 시리즈는 교회가 제국에 평화를 가져다 줄 대안임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제국의 군목이나 싸움을 일으키는 반대자로 본다.

 

레프티 비하인드식 접근법이 가진 정치 문제

 

1. 이 시리즈는 무턱대고 미국 편만 든다.

 

2. 이 시리즈는 현대의 국가 이스라엘을 아무 비판 없이 특별 취급한다.

 

3. 이 시리즈는 국제연합이나 국가기구가 하는 일과 관련된 일이면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본다.

 

4. 이 시리즈는 중동전쟁을 하나님의 계획 중 일부로, 따라서 사실상 필요한 일 내지 선으로 본다.

 

5. 이 시리즈는 독자들의 마음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존주의 정서와 십자군 정서를 불어넣는다.

 

고먼은 이 시리즈가 따르는 접근법은 성경과 신학과 그리스도의 삶을 철저히 잘못 이해한 접근법이라고 본다.

이 시리즈는 아마추어 눈높이로 보면 그럴싸한 픽션일지 모르나 사실은 신학이다.

그것도 위험한 신학이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두 책에 이르면 정상궤도를 완전히 이탈해버린다.

신실한 제자도가 이루어야 할 궁극의 지점을 예수를 위하여 죽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예수를 전사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 전체가 영적, 신학적, 정치적 차원에서 위험한 이유는 바로 그런 점 때문이라고 고먼은 말한다.

고먼은 크레이그 힐의 말을 인용한다.

크레이그 힐은 "휴거옹호자들은 성경의 증언을 절단 내어 거의 알아듣지 못할 말로 망쳐놓았다"가로 말한다.

 

요한계시록 바르게 읽기-마이클 고먼, 박규태, 상상플러스, 14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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