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비에 지지 않고(미야자와 겐지)

기독항해자 2014. 12. 29. 13:12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무 숲 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가서 간호해 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며

가서 그의 볏단을 져다 드리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 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에 허둥허둥 걸으며

모두한테서 멍텅구리라 들으며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지치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일상 > 내가 사랑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고진하)  (0) 2016.05.04
맞는 말이면 손뼉을  (0) 2016.05.04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0) 2014.12.02
비극(정지용)  (0) 2013.11.29
비(허민)  (0)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