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밥(고진하)

기독항해자 2016. 5. 4. 18:55

 

밥 냄새는 구수하다.

뜸드는 밥솥 곁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

밥 냄새는 구수하다.

어머니의 눈물에

어머니의 살을 썩썩 베어 안치고

밥을 지으시던,

이제는 늙고 손이 떨려

밥 짓는 시늉만 하시는,

밥이 되신 어머니는 구수하다.

참 사랑은

먹는 자가 먹히는 자가 되는 거여

밥이 되는 거여, 라고

아직 밥이 되지 못하고

낱낱의 쌀알로 맴도는 아들에게

밥 되기를 가르치시는

나의 어머니, 나의 예수여!

 

-고진하, 시집 [얼음수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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