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밥 냄새는 구수하다.
뜸드는 밥솥 곁에서 평생을 사신 어머니,
밥 냄새는 구수하다.
어머니의 눈물에
어머니의 살을 썩썩 베어 안치고
밥을 지으시던,
이제는 늙고 손이 떨려
밥 짓는 시늉만 하시는,
밥이 되신 어머니는 구수하다.
참 사랑은
먹는 자가 먹히는 자가 되는 거여
밥이 되는 거여, 라고
아직 밥이 되지 못하고
낱낱의 쌀알로 맴도는 아들에게
밥 되기를 가르치시는
나의 어머니, 나의 예수여!
-고진하, 시집 [얼음수도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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