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가 사랑한 시

은총은 내려 주시는구나(성찬경)

기독항해자 2013. 11. 13. 10:03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표 안나게 내려 주시는구나.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밤중에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내려보내주실 때도 있다.

무조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이 불쌍한 꼴이 눈에 띄신 모양이다.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그저 고맙다는 시늉만을 했더니 말이다.

시늉이건 참이건

느긋하게건 절대절명에서건

즉시 속속들이 다 아신다. 다 아신다.

그러니 오히려 안심이다.

벌거벗고 빌면 그만이다.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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