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주희·유청지, 윤호창, 홍익출판사, 2005), 2012년 9월에 읽음
인륜이 땅에 떨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흉폭한 범죄들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딸 가진 부모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살맛나지 않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을까요? 연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출마를 하려는 사람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이 나라의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뽑고나서 다시 후회할 것입니다. 소학이 우리 시대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학을 우리 시대에 맞게 현대화해서 모든 국민이 이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커리큘럼에 소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온고이지신이라고 했습니다. 좋은 것이라고 한다면 옛 것에 배워야 할 것입니다. 소학을 가르치자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초중고에서 배우는 것에는 인성과 품격을 도야하는 학문은 없습니다. 인성과 품격을 도야하는 학문을 초중고 커리큘럼에 넣어서 다음 세대들이 인격적인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한 인간됨을 위한 동양의 도덕률, ‘소학’
1. 소학의 작자와 편찬과정
소학은 주희와 유청지의 공동 작품으로 주희가 대체적인 책의 성격을 잡고, 유청지가 실제적인 편집작업을 했다.
주희(1130~1200)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사람을 자는 원회, 중회이고, 호는 회암, 회옹이다. 그는 북송오자라 불리는 주돈이, 소옹, 장재, 정호, 정이의 학설을 취합해 성리학의 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동교육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그는 30대 중반에 논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초학자들을 위해 ‘논어훈몽구의’를 펴냈으며 아동교육을 위해 ‘팔조명신언행록’ 등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동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가 50대에 소학을 펴냄으로써 완결되었다.
유청지(1139~1195)는 송나라 임안 출신으로 자는 자징이다. 원주지부 등의 관직을 역임했으며 주희를 만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성리학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청지는 일찍이 ‘훈몽신서’라든지, ‘계자통록’ 같은 아동용 서적을 편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주희와 뜻을 같이해 훈몽서 편찬 작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2. 소학의 구조와 내용
주희는 소학을 구성하면서 서문과 통론에 해당하는 소학서제, 소학제사를 서두에 두어 책 편찬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소학서제는 왜 소학서를 짓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이며, 소학제사에서는 주희의 교육에 대한 입장이 소개돼 있다.
본문은 크게 내편과 외편으로 나눠져 있다. 내편은 다시 교육의 길(입교), 인간의 길(명륜), 수양의 길(경신), 고대의 도(稽古계고)로 나눠져 있으면, 외편은 착한 행동(선행)과 아름다운 말(嘉言가언)로 구성됐다. 소학은 내편의 내용을 고대의 도와 착한 행동과 아름다운 말에서 다시 설명하고 입증하는 중층적인 구조로 돼 있다. 교육의 길에서는 교육의 기본원칙을, 인간의 길에서는 인간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윤리를, 수양의 길에서는 경건한 몸가짐의 중요성을 고대의 경전들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고대의 도는 한대 이전의 성현들의 행적을 통해 이 세 가지를 다시 검증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말과 착한 행동에서는 한대 이후 성현들의 행적을 통해 재검증하고 있다.
제1편 교육의 길(立敎)
3. 정직함이 재산
어린 자식들에게는 항상 속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며,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귀를 기울여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는다.(예기, 곡례)
5. 오륜은 인간의 길
사람에게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편안하게 살면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짐승에 가까워진다. 성인이 이것을 걱정했기 때문에 설을 사도로 임명해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쳤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친애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하고, 부부 사이에는 역할의 차이가 있어야 하고,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순서가 있어야 하고, 친구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오륜이 그것이다.(맹자)
9. 일상생활이 바로 공부
선생이 가르치면 제자를 이를 받아들여 온화하고 공순한 태도와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선생에게서 배운 것을 극진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선한 것을 보면 따르고 의로운 일을 들으면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온유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힘을 믿고 교만해서는 안된다. 지향하는 뜻을 허망하거나 사악한 데 두어서는 안 되며, 행실은 반드시 곧고 올발라야 한다. 밖에서 노니는 곳이나 거처하는 곳은 일정해야 하며 반드시 덕 있는 사람과 사귀도록 해야 한다.
또 얼굴빛이 안정돼 있으면 마음도 반드시 경건해지므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잘 때까지 옷매무새와 띠를 항상 단정히 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며 조심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러한 마음과 태도를 한결같이 유지하면서 조금도 나태해지지 않는 것을 ‘배움의 방법’이라고 한다.(관자, 제자직)
10. 여유가 있으면 학문을 닦아라
배우는 과정에 있는 제자들은 집에 들어가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오면 윗사람에게 공손해야 한다. 행동과 말이 조심스럽고 믿음이 있으며, 사람들을 널리 사랑하면서도 어진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 이것들을 행하고도 여유가 있으면 학문을 닦아야 한다.(논어, 학이)
제2편 인간의 길(明倫)
하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明父子之親)
2. 이른 아침에 해야 할 일
모든 안팎의 사람들은 첫닭이 울면 모두 세수하고 양치질하고 옷을 입는다. 베개와 대자리를 걷고 방과 마루, 뜰에 물을 뿌리고 청소한 다음 자리를 펴놓는다. 그런 다음에 각자가 맡은 일을 한다.(예기, 내칙)
5. 밖에서 돌아오면 얼굴을 보여라
대체로 자식으로서의 예법은 부모를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하며, 저녁에는 이부자리를 펴 주고 아침에는 안부를 살펴야 한다. 밖에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말을 하고 나가며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를 뵈어야 한다. 밖에 다니는 곳은 반드시 일정한 곳이 있어야 하고, 배우는 것은 반드시 일정한 학업이 있어야 하고, 평상시에 자신이 늙었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예기, 곡례)
8. 부모가 모르는 곳에 가지 말라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먼 곳에 가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가야 될 경우에는 반드시 가는 곳을 말해 걱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논어, 이인)셨다.
18. 늙은 부모를 모시는 방법
효자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방법은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부모의 뜻을 어기지 않으며, 부모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드리며, 부모의 잠자리와 계시는 곳을 편안하게 하며, 맛있는 음식으로 정성껏 받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사랑하는 것을 자식도 사랑하고, 부모가 공경하는 것을 자식도 공경한다. 개나 말도 이렇게 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예기, 내칙)
21. 간할 수는 있지만 거스를 수 없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면 기뻐하며 잊지 말고, 부모가 미워하면 두려워하고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에게 잘못이 있으면 간곡하게 말하되, 결코 부모의 뜻을 거스르진 말아야 한다.(예기, 제의)
26. 부모를 모시는 다섯 가지 자세
효자는 부모를 다음과 같이 모신다. 평소에는 극진하게 공경하며, 음식을 봉양할 때는 부모가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부모가 병이 들면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그리고 돌아가시면 비통한 마음으로 슬퍼하고 제사를 지낼 때는 공경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부모를 생각한다. 이 다섯 가지를 다한 뒤에야 부모를 섬긴다고 말할 수 있다.
부모를 섬기는 사람은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교만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으로 있을 때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동료와는 서로 다투지 않는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거만하면 죽게 되며, 아랫사람이면서 분란을 일으키면 형벌을 받게 되며, 동료와 서로 다투면 결국 무기를 들고 싸우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없애지 않으면 날마다 진수성찬으로 부모를 봉양한다 해도 오히려 불효가 된다.(효경)
37. 다섯 가지 불효
세상에서 불효라고 말하는 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일을 게을리 해서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이며, 바둑이나 장기를 탐닉하고 술을 좋아해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이며, 재물을 좋아하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만을 사랑해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이 세 번째이며, 감각적인 욕망을 추구해 부모를 수치스럽게 하는 것이 네 번째이며, 힘을 믿고 싸움을 일삼아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다섯 번째이다.(맹자, 이루하)
둘. 임금과 신하의 관계(明君臣之義)
41. 임금의 명
임금의 심부름꾼은 임금의 명령을 받은 뒤에는 하룻밤이라도 집에서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임금의 명이 집에 도착하면 주인은 문밖으로 나가서 힘들여 보낸 임금의 글을 절하고서 받는다. 심부름꾼이 돌아가려고 하면 반드시 문밖에서 절하고 보낸다. 만약 임금이 있는 곳에 자신이 심부름꾼을 보낼 때에는 반드시 관복을 입고 명령하며, 그 심부름꾼이 돌아오면 반드시 대청마루를 내려가서 임금의 명을 받아야 한다.(예기, 곡례)
54. 훌륭한 신하
훌륭한 신하는 올바른 도로써 임금을 섬기다가 그 도를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관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논어, 선진)
58. 떠날 수 있는 신하
직무를 맡고 있는 신하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자리를 그만두어야 하고, 간언을 맡은 직책에 있는 신하는 그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벼슬을 떠나야 한다.(맹자, 공손추하)
셋. 남편과 아내의 관계(明夫婦之別)
62. 혼인은 모든 예의 시작
혼례는 자손만대의 시작이다. 배우자를 다른 성에서 찾는 까닭은 소원한 관계를 친밀하게 하고 혈연관계의 구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폐백은 반드시 정성스럽게 준비하며 ‘변변하지 않습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고 신실하게 알려야 한다. 신실함은 사람을 섬기는 바탕이며 아내가 갖춰야 할 덕이다. 한 번 남편과 함께 혼례를 치르고 나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으므로 남편이 죽어도 재혼하지 않는다.
남자가 몸소 가서 아내를 맞이하는 것처럼, 남자가 여자를 선도하는 것은 강함이 부드러움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하늘이 땅을 선도하는 것이나 임금이 신하는 선도하는 것과 그 의미가 동일하다.
폐백을 가지고 서로 만나보는 것은 공경하는 태도로 부부의 분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남펴 사이에 분별이 있고 난 다음에 아버지와 아들이 친해질 수 있고, 아버지와 아들이 친해진 다음에 사람이 지켜야 할 의리가 생기고 의리가 생긴 다음에 사람이 갖추어야 할 예가 있게 된다. 예의가 생긴 다음에 온갖 것이 안정되는 것이다. 남녀 사이의 분별이 없고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가 없다면 바로 짐승의 세계일 것이다.(예기, 교특생)
넷. 어른과 아이의 관계(明長幼之序)
70. 공손과 불손의 차이
어른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공손하다’라고 하고, 어른보다 앞서 빨리 걸어가는 것을 ‘불손하다’라고 한다.(맹자, 고자하)
72. 십년 연상이면 형님처럼 모셔라
나이가 자기보다 배 이상 많은 사람은 아버지처럼 모시고, 십 년 이상 많은 사람은 형처럼 섬기고 오년 이상 많은 사람이면 어깨를 나란히 해서 걷되 조금 뒤쳐져서 걸어간다.(예기, 곡례)
87. 노인에게 짐을 지게 하지 말라
아버지 연배되는 어른은 뒤에서 따라가야 하고 형과 비슷한 나이의 사람은 기러기가 날아가듯이 조금 뒤쳐져서 걸어야 하고 친구와는 나란히 걸으면서 서로 앞서지 않는다.
가벼운 짐은 젊은 사람이 혼자서 지고, 무거운 짐은 나누지만, 머리가 반쯤 센 사람에게는 짐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육, 칠십이 넘은 노인 중에 군자는 수레 없이 걸어다니지 않고, 평민은 반찬 없이 맨밥을 먹지 않는다.(예기, 왕제).
다섯, 벗들과의 관계(明朋友之交)
89. 벗을 통해 인을 실현한다
도에 뜻을 둔 군자는 학문으로 벗과 만나고, 벗을 통해 인의 실현을 돕는다.(논어, 안연)
90. 친구와 형제
친구 사이는 간곡하게 선을 실천하고 악을 멀리하도록 권하며 형제 사이는 화목하고 기쁘게 지내야 한다.(논어, 자로)
91. 벗에 대한 도리
선을 행하도록 충고하고 격려하는 것이 친구에 대한 도리이다.(맹자, 이루하)
94.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
유익한 벗이 세 종류가 있고 해로운 벗이 세 종류가 있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풍부한 사람을 벗으로 삼는다면 유익하다. 그러나 겉은 화려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사람, 아첨은 잘 하지만 성실하지 않은 사람, 말을 그럴 듯하지만 실제적인 견문이 없는 사람을 벗으로 삼으면 해롭다.(논어, 계씨)
95. 벗을 사귀는 방법
벗을 사귈 때는 자신이 연장자임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신분이 높다는 것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형제들의 도움을 개입시키지 말고 사귀어야 한다. 벗이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기에 그 사이에 어떤 것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맹자, 만장하)
104. 가장 훌륭한 禮
안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금은 신하에게 명령을 내리고 신하는 임금에게 공손하며 아버지는 자식을 자애스럽게 대하고 자식은 아버지에게 효도를 다하며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아우는 형을 공경하며, 남편은 아내에게 온화하게, 아내는 남편에게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애롭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순종하는 것이 예이다.
임금은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명령을 내려야 하고, 신하는 공손하지만 두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자애롭지만 엄격하게 가르쳐야 하고, 아들은 효성스럽지만 아버지의 잘못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형은 동생을 사랑하지만 벗처럼 권할 줄 알아야 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하지만 화순해야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온화하지만 의로워야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유순하지만 바른 도리로 섬겨야 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애로우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순종하면서도 온화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예’라고 말할 수 있다.(좌전)
제3편 수양의 길(敬身)
공자가 “군자는 모든 것을 다 공경하지만 그 중에서도 몸가짐을 가장 경건하게 여긴다. 몸이란 것은 부모의 몸에서 나온 가지라 할 수 있는데,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부모를 해치는 꼴이다. 이것은 자신의 뿌리를 해치는 것으로 뿌리를 해치게 되면 줄기는 따라서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나. 마음가짐에 관해(明心術之要)
1. 길함과 흉함
공경하는 마음이 태만한 마음을 이기는 자에게는 좋은 일이 생기고, 태만한 마음이 공경하는 마음을 이기는 자는 망할 것이다. 의로운 마음이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조롭고 욕심이 의로운 마음을 이기는 자는 흉하게 될 것이다.(대내례기)
2.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말라
공경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단정하고 엄숙하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며, 말이 급박하지 않고 안정돼 있으면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만한 마음이 자라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며 욕심대로 행동해서는 안 되며 뜻이 완전히 충족되도록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도록 해서도 안 된다.
현명한 자는 친밀하게 대하면서도 공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한다.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하는 사람의 악한 측면을 알며, 미워하면서도 그 사람의 선한 측면을 안다. 또 재물을 축적하면서도 유용하게 베풀 줄 알며, 편안한 것을 편안하게 여기면서도 의리에 맞지 않을 때는 버릴 줄 안다.
재물에 대해서는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말며, 곤란을 당해서는 구차하게 모면하려고 하지 말며, 싸움에 이기려 들지 말며, 물건을 나눌 때에 많이 차지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의심나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바로잡아 결정하지 말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뿐 옳다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예기, 곡례)
4. 자신이 싫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마라
문을 나서서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중요한 손님을 만나는 듯이 경건하고, 백성에게 일을 시킬 때는 큰 제사를 지내듯이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논어, 안연)
5. 공손·경건·성실
머물 때는 공손한 태도를, 일을 처리할 때는 경건한 태도를, 남들과 교제할 때는 성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오랑캐의 나라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 된다.(논어, 자로)
7. 아홉 가지 생각
군자는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가 있다. 볼 때는 명확하게 보려고 생각하며, 들을 때는 또렷하게 들으려고 생각해야 한다. 따뜻한 얼굴빛을 마음에 두고 용모는 공손한 모습을 염두에 둔다. 말은 진실하기를 생각하며, 일은 경건하기를 생각하며, 의문에 대해서는 물을 것을 생각하며, 화가 날 때는 후환을 생각하며, 이익을 보면 의로운가를 생각한다.(논어, 계씨)
둘. 몸가짐에 관해(明威儀之則)
13. 사람이 사람다운 이유
사람이 사람다운 까닭은 예와 의가 있기 때문이다. 예와 의의 시작은 얼굴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낯빛을 부드럽게 하며, 말을 이치에 어긋남이 없이 공손하게 하는 데에 있다. 얼굴과 몸가짐이 바르게 되고 낯빛이 부드러워지며, 말이 공손해진 다음에 예와 의가 갖추어진다. 예와 의를 갖춤으로써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바르게 할 수 있고, 부모와 자식이 친밀해지도록 할 수 있으며 어른과 어린아이의 관계를 화순하게 할 수 있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바르게 되고, 부모와 자식이 친해지며, 어른과 어린아이의 관계가 화순해진 다음에 예와 의가 확립될 수 있다.(예기, 관의)
14. 곁눈질로 보지 마라 법
귀를 기울여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말아야 하며, 고함쳐서 대답하지 말아야 하며, 곁눈질해서 흘겨보지 말아야 하며, 게으르고 나태한 몸가짐을 갖지 말아야 한다. 걸어다닐 때는 거만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하며, 설 때에는 몸을 한쪽 발에만 의지해 비스듬히 서지 말아야 하며, 앉을 때는 두 다리를 쭉 뻗지 말아야 하며, 잘 때에는 엎드려 자지 말아야 한다. 머리털을 싸맬 때는 늘어뜨리지 말며, 갓은 벗지 말아야 한다. 피곤해도 상의를 벗어 어깨를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더워도 하의를 걷어올리지 말아야 한다.(예기, 곡례)
셋, 옷차림에 관해(明衣服之制)
40. 마음과 옷차림
도에 뜻을 구고 있으면서 누추한 옷과 거친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선비와는 함께 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논어, 이인)
넷. 음식에 관해(明飮食之節)
41. 배부르게 먹지 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하며, 남과 함께 밥을 먹을 때에는 젓가락 따위를 사용함으로써 손을 적시지 않도록 한다. 밥을 뭉치지 말아야 하고 밥을 많이 뜨지 말아야 하며, 물을 마시듯이 함부로 들이마시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내뱉지 말아야 하고 뼈를 깨물어 씹지 말아야 하며 먹던 생선이나 고기를 다시 그릇에 내놓아서는 안 된다. 개에게 뼈다귀를 던져 주지 말아야 하며, 먹고 싶은 것은 굳이 먹으려 듣지 말아야 하며, 밥을 식히기 위해 휘젓지 말아야 하며, 기장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은 국물만 들이마셔서는 안 되며, 국에 따로 간을 맞추어서는 안 되며, 이를 쑤셔서는 안 되며, 젓국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손님이 국에 간을 맞추면 주인은 잘 끓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손님이 젓국을 마시면 주인은 가난해서 음식맛이 좋지 않다고 사과한다. 부드러운 고기는 이로 물어뜯어 끊고 마른 고기를 이로 끊지 않으며, 구운 고기를 한 입에 넣어서는 안 된다.(예기, 곡례)
제5편 아름다운 말(嘉言)
하나. 교육의 길을 넓힌다(廣立敎)
1. 병의 근원을 제거하라
장횡거 선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린아이를 가르칠 때에는 먼저 마음을 차분하게 하도록 가르치고, 사물을 자세히 살피며, 공손하고 경건한 태도를 가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학문을 배우지 않아 남자나 여자나 어릴 때부터 교만하고 게을러졌으며 자라서는 더욱 흉악하고 사나워졌다. 이것은 단지 어린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어릴 때부터 부모에 대해서 이미 나와 구별되는 타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복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만하고 나태한 병의 뿌리가 항상 없어지지 않고 또 거처하는 곳에 따라 자라나며 죽을 때까지 옛날 습관대로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일 때는 마당에 물 뿌리고 쓰는 일이나 어른에게 응대하는 일을 편안하게 여지기 않는다. 친구를 대접할 때는 친구에게 자신을 낮추는 일을 하지 못하며 관리가 되어서는 상관에게 자신을 낮출 줄 모르고, 재상이 되어서는 천하의 어진 선비들에게 자신을 낮출 줄 모른다.
이것이 심하면 자신의 사욕을 좇아 올바른 도리를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결과는 단지 게으르고 나태한 병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 살면서 접촉하는 것에 따라 더욱 자랐기 때문이다.”(장자전서)
8. 의지는 세월과 함께 사라진다
제갈무후가 아들을 훈계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의 행실은 고요한 마음으로 몸을 닦고 검소한 생활로 덕을 길러야 한다. 마음이 욕심 없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원대한 뜻을 이룰 수 없다. 배울 때는 반드시 마음이 안정돼 있어야 하며 재능은 반드시 배움을 필요로 한다.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발전시킬 수 없고 마음이 고용하지 않으면 학문을 성취할 수 없다. 마음이 방자하고 오만하면 정밀하고 미묘한 이치를 깊이 연구할 수 없고 조급하고 경망하면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이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본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는 시간과 함께 달려가고, 의지는 세월과 함께 사라지면서 마침내 가을날 초목처럼 시들어질 것이다. 그 때에 곤궁한 오두막집에서 슬퍼하고 탄식한다고 해도 다시 어찌할 것인가?”(무후전서)
셋. 수양의 길의 뜻을 넓힌다(廣敬身)
56. 결과에 집착하지 마라
동중서가 “어진 사람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바르게 행할 뿐 그 일에 대한 이익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사물의 당연한 이치를 밝힐 뿐 그 결과를 계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한서, 동중서전)
61. 마음에 간직하고 행동으로 옮겨라
성인의 도는 귀로 들어와 마음에 간직되는 것이다. 마음속에 쌓이면 덕행이 되고, 행동으로 옮겨지면 세상을 편안히 하는 사업이 된다. 저 문장만을 일삼는 사람은 비루하다.(통서)
62. 잘못을 고치는 데 용감하라
중유는 남들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영예로운 이름이 길이 전해졌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못이 있어도 남들이 충고해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병을 숨기고 의사를 싫어해 몸이 죽게 될지라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아! 슬픈 노릇이다.(통서)
68. 네 개의 경구
안연이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조목을 묻자.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 네 가지는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다. 이것들은 마음에서 나와 외부에 반응하기 때문에 외물과의 접촉을 제약하는 것이 마음을 바르게 기르는 방법이다. 안연은 이 말을 실천했기 때문에 성인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후세에 성인을 배우는 사람들도 마땅히 가슴속에 간직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경계하는 말을 지어 자신을 경계한다.
보기에 관한 경계의 말은 다음과 같다. 마음이란 것은 본래 빈 것이기에 사물과 반응해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잡는 데는 요체가 있는데, 보는 것이 법칙이 된다. 물욕으로 눈앞이 가리워지면 마음도 그 쪽으로 옮겨지기에 외부에서 제재해 마음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사욕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길 오래도록 하면 마음이 성실해질 것이다.
듣기에 관한 경계의 말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 떳떳한 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천성에 바탕한다. 하지만 예가 아닌 말을 들으면 지혜와 외물에 유혹되고 동화되어 결국 올바른 도리를 잃게 된다. 탁월한 선각자들은 그칠 줄을 알았으므로 뜻을 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악한 것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성실한 마음을 보존해 예가 아니면 듣지 않는다.
말하기에 관한 경계의 말은 다음과 같다. 사람 마음의 움직임은 말을 통해 밖으로 나타난다. 말을 할 때는 조급하고 망령된 말을 꺼내지 말아야 마음이 안정되고 전일해진다. 더군다나 말이라는 것은 일상사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한 마디 말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우호적인 관계를 불러올 수도 있다. 길한 것과 흉한 것, 영광과 치욕도 모두 말이 불러오는 것들이다. 말을 너무 쉽게 하면 믿을 수가 없고, 말을 너무 번거롭게 하면 따분해진다. 내 말이 방자하면 남의 말도 내 뜻을 거스르고, 가는 말이 도리에 어긋나면 오는 말도 도리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법도에 맞는 말이 아니면 말하지 말아 옛 사람의 가르침을 공경해야 한다.
행하기에 관한 경계의 말은 다음과 같다. 명철한 사람은 마음이 움직이는 기미를 알아 생각을 성실하게 하고 뜻 있는 선비는 행실에 힘써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이치를 따르는 여유가 있고, 사사로운 욕심을 따르면 위태로울 뿐이다. 비록 잠깐 사이라도 잘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같은 습관이 성품과 함께 이루어지면 성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이정전서)
76. 생활규범 열 네 가지
말은 반드시 성실하게 믿음직스럽게 한다. 행동은 독실하고 경건하게 한다. 음식은 삼가고 절제해야 한다. 글씨는 반듯하고 바르게 써야 한다. 용모는 단정하고 장중하게 가져야 한다. 의관은 엄숙하고 정제되게 한다. 걸음걸이는 편안하고 침착하게 한다. 한가하게 있을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고요히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계획을 세워서 시작한다. 말을 입밖에 낼 때는 실천할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하고 한다. 보편적을 덕을 굳게 지킨다. 어떤 일을 승낙할 때는 신중하게 대답해야 한다. 선을 보았을 때는 자신이 한 일처럼 기쁘게 여기고, 악을 보면 마치 자기의 병처럼 여겨야 한다.
이 열 네 가지는 내가 깊이 살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써서 자리 모퉁이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보고 자신을 경계하고자 한다.(송명신언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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