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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황훈영, 푸른숲)

기독항해자 2012. 6. 26. 20:02

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황훈영, 푸른숲), 2012년 6월에 읽음



역사의 각 시기마다 우리 조상들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 사회를 끊임없이 해석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으려 애써 왔다. 선조들은 이러한 다양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다른 민족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혜와 정신 그리고 삶의 철학을 발전시켜왔다. [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해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로잡으려고 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도서이다. 이 책은 삼신할매, 제천의식, 토테미즘 등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고유의 전통 철학,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유교와 불교 등 국가 지배 이념이 되어 사회를 유지시키는 정신적 밑거름이 된 철학 그리고 화랑 정신,미륵 신앙, 민본주의, 효 등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인의 독특한 철학 사상을 망라해 다루고 있다.

철학으로 가짜 선비를 구별하다-이황의 사상

이황의 4단 7정

4단은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 있는 도덕적 감정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착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맹자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근거로 제시했던 네 가지 실마리를 가리킨다. 남의 어려움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마음(시비지심)이 그것이다. 맹자는 누구나 마음속에 이 네 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측은지심이 잘 발전하면 인이 되고, 수오지심이 잘 발전하여 의가 되고, 사양지심은 예가 되며, 시비지심은 지가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4단이 잘 발전하면 인의예지가 된다는 것이다.

7정은 사람의 욕망을 포함한 감정을 말한다. 유교경전의 하나인 <예기>에 7정은 사람의 모든 감정, 즉 기쁨·노여움·슬픔·두려움·아낌·미워함·욕심을 가리킨다고 했다.

바로 이 4단과 7정을 어떤 관계로 파악할 것인가를 두고 이황과 기대승은 서로 의견이 갈렸던 것이다.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은 본성에 근거하여 본성이 밖으로 드러난 것을 감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본성은 언제나 바른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가능성의 근거가 바로 4단이다. 4단을 잘 길러내면 인의예지를 갖춘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황은 4단을 항상 좋은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이 밖으로 드러나면 감정이 된다. 그 감정의 구체적인 것들이 바로 7정이다. 7정은 감정이 알맞게 드러났느냐, 너무 많이 드러났느냐, 또는 적게 드러났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대승의 반박

이황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기대승은 세 가지 입장을 들어 반박했다.

첫째는 세상의 만물에는 리와 기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4단과 7정을 하나는 리에서 나오고 하나는 기에서 나온다고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4단도 감정이고 7정도 감정이기 때문에 7정 가운데 선한 부분만 뽑아내면 4단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기는 모든 변화의 근거이기 때문에 감정의 움직임이 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지만, 리는 언제나 불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4단을 가리켜 리가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황은 ‘리와 기는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라는 기대승의 논리를 받아들여 ‘4단은 리가 먼저 움직이면 기가 따르는 것이고 7정은 기가 움직이면 그 위에 리가 함께 타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황은 이렇게 4단과 7정이 모두 ‘감정’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4단은 항상 선으로 귀결되고 7정은 선일수도 악일수도 있기 때문에 그 두 가지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본다면 서로 가리키는 바가 다르다고 하였다. 이황은 4단은 중심이 리에 있고, 7정은 중심이 기에 있다는 주장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황이 이렇게 4단과 7정을 리와 기로 가르려고 한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리와 기가 같이 있다고 해서 그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면 인간의 순수한 마음과 욕심이 섞인 악한 마음을 하나로 보게 된다. 그러면 결국 이황이 그토록 강조했던 군자와 소인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이황은 4단과 7정을 가르려고 했던 것이다.

기대승과 이황의 4단 7정 논쟁은 결말을 보지 못하고 끝이 났다. 하지만 이황은 이 논쟁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무엇보다도 이 논쟁에는 바람직한 인간이 되려는 이황의 바람을 담고 있었다. 바람직한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욕심을 누르고 도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때문에 이황은 그토록 리를 중요시했던 것이다.

현실을 떠난 이상은 공염불이다-이이의 사상

이황과 더불어 조선 시대에 쌍벽을 이루었던 철학자 이이, 그는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 이황은 군자의 도를 앞세우며 도덕적 이상을 강조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굳은 절개와 높은 이상을 지닌 인간만이 군자라고 일컬었던 것이다.

이이는 조금 달랐다. 이이는 현실을 떠난 이상은 공염불이라고 생각했다. 군자가 아무리 높은 뜻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그것이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황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산림에 묻혀 제자를 기르는 데 주력하였지만, 이이는 오랫동안 벼슬을 하면서 잘못된 현실을 바꾸어보려고 애를 썼다.

리와 기는 함께 있다

이황은 리와 기를 나누어 파악했으며 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이는 리와 기를 함께 파악했다. 리가 모든 사물의 원리, 즉 도덕적 이상이라면, 기는 원리를 담는 그릇 즉 현실이다.

4단과 7정의 문제를 놓고 이황과 기대승이 수년간 논쟁을 벌였지만 끝을 맺지 못한 채 이황이 죽은 지 2년 뒤 이 문제를 놓고 우계 성혼과 이이가 다시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에서 이이는 기대승의 주장에 동조했고, 성혼은 이황과 의견을 같이했다. 이 두 사람의 논쟁은 4단과 7정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두 가지 마음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누었다.

인간에겐 욕심 섞인 마음과 순수한 마음이 있다. 전자를 인심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도심이다. 인심이란 사람의 욕구로부터 나오는 마음이다. 먹고 마시고 쉬고 자고 싶은 모든 욕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욕망이 지나칠 때 악이 되는 것이다. 도심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순수한 도덕적 욕망이다. 이 도심은 늘 순수하고 착한 것이다. 성혼은 도심을 4단으로 보았고, 인심을 7정으로 보았다. 즉 인심과 도심을 구분하여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이는 이 두 가지를 나누지 않았다. 어느 것이 먼저 생겼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4단은 도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7정은 인심과 도심을 합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7정이 4단을 포함하고 있다는 논리가 가능했다. 즉 사람에게는 이 인심과 도심이 다 들어 있다. 때로는 인심이 앞설 수도 있고, 때로는 도심이 앞설 수도 있다. 처음에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일이 나쁜 마음으로 변할 수도 있고, 처음에 욕심 섞인 마음이었던 것이 좋은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의 기질에 따라 욕심 섞인 마음이 나오기 때문에 이 기질을 다스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을 받은 사람은 도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도덕적인 힘을 이이는 인간의 능동적 의지라고 했다

바꾸어야 할 것, 바꾸지 말아야 할 것

율곡은 이런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았다. 사회의 모든 제도나 법률이 잘 정비돼 백성을 이로게 하고 나라를 융성하게 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제도나 법 체계가 삐걱거리고 백성보다는 관료의 배를 불리게 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런 현상이 자연의 세계에서 벌어진다면 모든 것이 파멸로 이어짐은 필연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의 주인이기 때문에 인간의 능동적 의지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율곡의 경장론이다.

이때 이이는 때를 맞추어 바꾸어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했다. 제도나 법률은 바꿔야 할 때가 되면 새로이 정비해야 하지만 백성을 위하는 정치나 삼강오륜 같은 도덕 법칙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산삼도 잘못 먹으면 독약-사상의학

사람의 네가지 체질

태양인은 폐가 크고 간이 작아 상부 목덜미가 실하고 머리가 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얼굴은 둥근 편이고 살이 찌지 않으며 보통 이마가 넓고 눈에는 광채가 있다. 또 간이 작아 척추와 허리가 약하다. 그래서 기대어 앉거나 눕기를 좋아한다. 다리에 힘이 없어 오래 걷지 못한다. 태양인은 소변 양이 많고 잘 나오면 건강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성격은 남들과 잘 소통하고 과단성과 진취성이 있다. 반면에 계획성이 적고 남을 공격하길 좋아한다. 지나친 영웅심과 자존심 때문에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심한 분노를 일으킨다. 또 머리가 명석하고 창의력이 뛰어나다.

태음인은 태양인과는 모든 것이 반대다. 간이 크고 폐가 작아 허리가 발달되고 목덜미 위가 약하다. 골격이 굵고 비대한 사람이 많다. 손발도 크다. 얼굴은 윤곽이 뚜렷하다. 이런 사람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점잖고 나쁘게 말하면 음흉하다고 할 만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마음이 넓은 때는 바다 같고, 고집스러울 때는 바늘구멍처럼 좁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늘어지는 지구력이 있다. 태음인은 식성이 좋고 대식가가 많다. 때때로 폭음·폭식을 하여 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많다. 태음인은 땀구멍이 잘 소통되고 잘 흐르면 건강하다는 증거다.

소양인은 비장 부위의 흉곽이 발달되고 허리 아래가 약하다. 피부는 희지만 윤기가 적고 또 땀이 별로 없다. 소양인은 신장 기능이 약해 여자는 아이를 많이 낳지 못하는 경우가 남자는 양기 부족이 많다. 이들의 성격은 항상 밖의 일을 좋아하고 가정이나 자신의 일엔 소홀하다. 남의 일에는 희생을 아끼지 않으면서 늘 자기 일은 돌볼 겨를이 없다. 판단력은 빠르나 계획성이 없고 체념이 빠르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의리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소양인은 대변이 잘 통하면 몸에 탈이 없다.

소음인은 소양인과는 반대의 체질을 가졌다. 상체보다는 하체가 실하지만 위와 아래가 잘 균형이 잡혀 있다. 키는 작은 편이 보통이고, 용모가 잘 짜여져 있는 편이다. 피부가 매우 부드럽고 밀착하여 땀이 적으며 겨울에도 손이 잘 트지 않는다. 소음인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사교적이다. 겉으로는 유연해도 속은 강하다. 머리가 총명하여 판단력이 빠르고 매우 조직적이며 사무적이다. 맡은 일을 빈틈없이 잘 해내고 윗사람에게 비위를 잘 맞추는 편이다. 성격이 깔끔하고 착실해 살림을 잘 하는 여자는 대개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먹은 것이 잘 소화되고 대변을 잘 보면 건강한 사람이다.

생활 속에 스며든 사상의학

태양인은 산삼이나 녹용을 먹으면 큰일이 난다. 태양인은 기운을 늘 솟아오르는 양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열이 많다. 이런 체질에 산삼이나 녹용을 먹으면 더욱 기운이 솟구쳐 화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양인에게 좋은 보약은 시큼하고 향긋한 모과가 좋다. 붕어찜이나 붕어탕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소양인은 노루의 생피나 생간을 먹으면 피를 토하고 즉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는 노루가 강한 소양의 기운을 지녔기 때문이다. 양의 기운이 서로 충돌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소양인은 소음 기운이 강한 동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동물로는 돼지고기 보쌈이 좋고, 식물로는 질경이와 미나리가 좋다.

태음인은 식욕이 왕성하다. 그런 식욕으로 참치회 또는 붕어찜을 많이 섭취하면 정력이 크게 떨어진다. 참치나 붕어는 태음 부위인 몸통만 크게 발달한 완전한 태음 어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태음의 기운을 모으기만 하고, 상대적으로 솟구치는 기운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다. 태음인은 죽순이나 도라지, 더덕 등이 솟구치는 기운을 갖게 한다.

소음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 돼지고기를 금물이다. 돼지는 강한 소음 동물이기 때문이다. 소음인에게는 우유를 발효시킨 치즈가 아주 좋다. 동물로는 개, 노루, 염소 등 양의 기운이 강한 좋고 식물로는 인삼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