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지지 않고(미야자와 겐지)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절대 화내지 말고 언제나 조용히 웃는 얼굴로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고 모든 것을 자기 계산에 넣지 않고 잘 듣고 보고 알아서 그리고 잊어버리지 말고 들판 소나..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4.12.29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 한다"는 말을 철없든 내 귀로 들였노라. 만수산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죠곰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4.12.02
비극(정지용) 비극 정지용 「비극」의 흰 얼굴을 뵌 적이 있느냐? 그 손님의 얼굴은 실로 미(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한 심방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당황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취가 얼마나 향그럽기에 오랜 후일에야 평화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드고 간 줄을 알았다. 그의 발..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3.11.29
비(허민) 비(허민) 비야 비야 너 왜 오니 아침절에 안 온 네가 건거 마을 일하러 간 우리 엄마 못 오겠다. 비야 비야 너 왜 오니 아침절에 안 온 네가 등 너머 밭 김매러 간 우리 누님 못 오겠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빨아 입은 누덕 옷에 사정없이 나리 우면 엄마 누님 눈물진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3.11.28
능내리 푸른 산빛(한석산) 능내리 푸른 산빛(한석산) 첫새벽 풀잎에서 젖같은 이슬 받아 백리향 녹아드는 찻물을 끓이는 날 능내리 푸른 산빛이 샛강을 끌고 가네 이에 저에 등 떠밀려 마현골 깃 사리고 두물머리 바윗돌에 깨어나라, 깨어나라 휘두른 저 부 자국은 맥이 돌아 숨을 쉰다 이가 시린 맑은 물 바위틈새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3.11.25
은총은 내려 주시는구나(성찬경)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표 안나게 내려 주시는구나.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밤중에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내려보내주실 때도 있다. 무조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이 .. 일상/내가 사랑한 시 201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