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스트레이션(고종희 지음, 생각의 나무), 2012년 4월에 읽음
미술의 문외한이 생각의 나무에서 출판한 미술관련 책을 통해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여 갈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인사동에서 있을 때 종종 전시회를 가 보았지만 이해함이 적었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서 지평을 넓혀 갈 수 있으니 참 좋다. 나는 이 책을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시리즈 6번으로 읽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끊임없는 기법의 연마를 통해 어떠한 형태도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그의 작품을 통해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보쉬와 아르침볼디는 미술가에게 발상의 전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줄 것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 끊임없는 공상의 세계,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장면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일러스트레이터의 몫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브뤼겔의 작품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자체가 일러스트레이션의 중요한 소재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풍자와 해학을 통해 표현된 그의 작품들은 시사 일러스트레이션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는 계기도 될 것이다. 카라밧지오는 작가들에게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표현하라고 말이다. 그는 당대의 관습을 뒤엎는 데에도 귀신 같은 재주를 보였다. 호가드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션이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림 속에 그려진 인물의 제스처와 표정, 소품 하나하나를 비롯하여, 화면 속의 모든 요소들은 화가에 의해 철저히 기획되고 재단되어야함을 느낄 것이다. 고야는 전쟁터에 뛰어든 종군기자와 같은 사명감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비극을 판화로 찍어 폭로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바로 세상을 증언하는 자다. 프레라파엘리티와 클림트는 “그림은 뭐니뭐니 해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장식적인 선과 색채는 아직까지도 응용할 것이 너무나 많은 보물창고이다. 마지막으로 가우디는 작가는 결국 전통과 자연,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계발해야 하며 또한 평생 일꾼처럼 일해야 한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서양회화사의 위대한 화가인 동시에 일러스트레이션 역사에 한획을 그은 10명의 미술사의 거장이 남긴 세계적인 명화를 통해 21세기 디자인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조명하고, 우리에게 명화 속에 감춰진 보물의 가치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보다 넓고 깊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출판사 서평)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비추다' 혹은 '조명하다'라는 뜻이다. 무엇을 비추고 조명하는가? 바로 글이다. '일러스트레이션' 하면 책의 삽화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과 텍스트는 불가분의 관계다. 일터스트레이터는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기사 내용을 보다 쉽게 혹은 흥미진진하게 보여줌으로써 글의 이해와 지면의 주목을 끌어낸다. 단행본에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책의 내용을 그림을 곁들임으로써 내용도 보강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다.
사진이나 도안 등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주로 삽화를 가리켰는데, 그 경우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의 〈사자(死者)의 서(書)〉에까지 소급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출현 이후 일러스트레이션은 사본장식(illumination)으로 발전하기 시작해서 15세기초의 〈베리공(公)의 호화로운 기도서〉에서는 사본예술의 정점에 도달한 듯한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본장식은 세밀화(細密畵)와 사람이나 동물의 그림으로 장식된 알파벳 첫글자(historiated initial), 그리고 여백장식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에 쇠퇴해갔다. 15세기 중엽의 활판인쇄술의 발명으로 삽화는 목판이나 동판 또는 석판으로 제작되었는데 16세기에는 목판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를 맞았다. 이때는 화가와 판각(版刻)을 맡은 조사(彫師)가 분업으로 대량생산의 요구에 맞추어 삽화를 제작했다. 산드로 보티첼리는 단테의 〈신곡〉에, 알브레히트 뒤러는 막시밀리안 황제의 기도서에 각각 삽화를 그렸다. 또 과학적 목적을 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실제 시각경험에 근접하는 그림으로서 기술적·자연주의적 태도를 취했는데 예술적 성취도 동시에 이루었다. 17, 18세기의 스위스의 메리안 가족이 그린 동 식물 일러스트레이션은 오늘날 그 기록성보다도 예술성을 더 평가받고 있다. 19세기 후반에는 사진제판이 실용화되면서 삽화는 각종 인쇄기술을 활용했는데 현대에는 언어표현에 종속적이던 삽화의 한계를 넘어 그 자체로서 독립된 예술임을 주장한다. 오늘날 일러스트레이션은 디자인·광고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또 독자적인 예술의 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브리태니카)